총선을 불과 6일 앞둔 이라크는 민주주의를되찾게 된다는 기쁨 보다는 무거운 긴장과 불안에 싸여있다. 축제 분위기는 찾아볼수 없고 길거리에는 입후보자들의 유세 대신 군.경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아랍 언론은 전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수니 저항세력을 중심으로 폭력 공격이 격화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임시정부와 다국적군의 대응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임시정부와 미군의 지명수배 명단 1번에 올라있는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는 23일 총선을 방해하기 위해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존 네크로폰테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도 이라크 임시정부 관리와 보안군을 겨냥한 저항세력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바그다드 북부와 서부를 포함하는 `수니 삼각지대'의 치안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네크로폰테 대사는 모든 이라크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다국적군과 이라크 군ㆍ경이 철저한 치안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도 "이라크를 해치려는 악의 세력'으로부터 5천여개의 투표소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시정부는 선거 전후 사흘간 육로 국경을 봉쇄하고 바그다드 국제공항도 이틀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선거 전후 3일간 휴무 지정, 야간 통금 연장 실시, 선거당일 차량 이동 제한 등 비상계엄 하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러나 임시정부와 다국적군의 비상조치로도 유권자들을 안심시키기는 어려울것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선거 당일 치안 임무는 이라크 보안군이 주도할 계획이다. 다국적군은 만일의비상상황에 대비하며 간접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라크 보안군이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지 의문이다. 미군 지휘관들은 이라크 전체 18개주 가운데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4개주가 투표를 실시하기에는 불안하다고 인정했다. 이라크 경찰은 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바그다드 남부의 무법지대를 `죽음의 삼각지대'라고 부르고 있다. 임시정부 관리들은 수니 저항세력이 노리는 것은 시아파의 집권을 가져올 선거를 방해하는 것 뿐 아니라 종파간 내전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유권자들의 종교와 종파, 민족 및 부족사회의 충성도에 따라 표가 갈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종파에 따라 갈라지는 선거결과는 내전을유발하게 된다고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니파의 투표 참여가 저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바스라 등 시아파거점에서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겠지만 시아파 유권자들은 테러위협을 무릅쓰고 투표장으로 나와야 한다. 1천400만 유권자들과 7천500여 입후보자들의 불안을 반영하듯 바그다드 시내에는 제대로 된 현수막 하나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대중 연설 등 유권자들과 공개적인 접촉은 볼수 없고 입후보자들의 이름도 아직 비밀에 부쳐져 있다. 출마 정당의정강은 물론 투표소의 위치와 투표함 수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50년만의 첫 자유 민주주의 선거라는 수식만 그럴 듯 할 뿐 실상은 역사상 최초의 `비밀 유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론자들은 꼬집고 있다. 미국은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새 지도부가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저항세력을 진압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15만명의 이라크 파견 미군의 귀국을앞당기는 길이다. 그러나 저항세력의 의도대로 투표 참가율이 극히 저조할 경우, 새 지도부의 정통성이 약화되고 혼란의 끝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