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인협회를 여성기업인들끼리 친목이나 다지는 단체로 만들진 않겠습니다. 기업인은 비즈니스가 가장 중요합니다.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제도를 정비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할 생각입니다. 무늬만 여성기업인 업체들도 반성해야 하고요." 정명금 여성경제인협회 회장(59)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작년 7월 회장 취임이후 업무파악과 비전마련에 주력해오던 정 회장이 새해들어 "여성기업인들을 위해 제대로 일 한번 해보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펼쳐보였다. 여의도 협회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정 회장은 "그동안 여성기업 지원정책이 다각도로 추진되어 왔지만 피부로 느끼기엔 부족한 면이 많았다"며 "다양하고 세부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 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이후 구체적인 시행령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 회장은 "여경협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며 "특히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거나 여성기업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지 못했던 점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정 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여성기업들에 도움을 줄 '굵직굵직한 전략' 짜기에 돌입했다. 몇몇 사안은 정부기관 및 국회의원들과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 조달물품 구매시 여성기업제품 5%구매 의무화 △여성기업인증제 도입 △여성경제인에 대한 범위 확대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건립 등이다. 정 회장은 "현재 정부기관이 물품을 조달할 때 전체의 5%를 여성기업제품으로 구매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작고 특정 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며 "5%를 의무화한다면 여성기업들의 판로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여성기업 우대정책이 남용되지 않도록 여성을 '바지사장'으로 앉힌 '무늬만 여성기업'을 골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짜로 보호·육성이 필요한 여성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벤처기업처럼 여성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 제도는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협회가 설립된 지 6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여성기업인들을 폭넓게 아우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현재 1천2백여명수준인 회원을 3년 내 3천명으로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정 회장은 "여경협의 인지도와 역할을 점차 확대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자립성을 갖추는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여성기업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성기업인은 '여성기업의 여성임원'으로 제한돼 있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에서 활약하는 여성임원,전문직 여성 등이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대부분 기업(기관)의 최고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성인데도 여성경제인의 지위를 갖지 못해 여경협에도 가입할 수 없다"며 "여경협이 이들을 흡수하게 되면 판로개척 등 회원들의 비즈니스에 활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이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밖에도 △2백억원이 드는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건립 추진 △전국 14개의 여성창업보육센터 혁신 △포스트 보육센터(BI) 구축 △오는 8월 대구에서 열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여성지도자네트워크 회의 주최 등이 주요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여성기업들을 위한 각종 정책이 특혜로 비춰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확고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과 같은 자유경쟁시장에서도 여성기업은 약자로 간주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 육성한다"고 말했다. 또 "2002년말 기준으로 국내 여성기업은 1백8만여개로 전체 기업의 36.9%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세기업이 대부분"이라며 "개인소득 2만달러 달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여성기업 육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과 '사업가적 실용주의'는 여러 모로 남다르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 회장은 전례 없이 수시로 협회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회의자리에서 직원들과 일대일로 의견을 교환하며 지시한다는 것. 게다가 오는 27일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될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를 위해서는 미리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여성경제인들이 초청을 희망하는 주요인사들을 사전 조사했을 정도로 치밀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대구에 있는 대구중앙청과,중앙농산 등의 대표를 맡고 있어 주중에는 서울에서 협회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대구에서 사업체를 돌보고 있다. 1947년생으로 대구경북여고와 이화여대(가정대학 의류직물학과)를 졸업했으며 남편 이용우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