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을 이끌고 태국으로 향하던한국계 미국인 인권운동가 제프리 박(63ㆍ목사ㆍ한국명 박준재)씨가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행방불명됐다.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 기반을 둔 박씨는 북한을 탈출한 주민 6명과 함께 중국남부와 미얀마를 거쳐 이달초 라오스 접경에서 또 다른 탈북 지원 관계자들과 접촉할 계획이었으나 국경을 넘기 전에 소식이 끊어져 지난연말 이래 거의 25일째 연락이 두절되고 있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박씨는 한때 워싱턴주 북부 마운트 버논에서 모텔을 경영하다 목사안수를 받은뒤 5년 전 사업체를 정리, 중국 옌지(延吉) 일대에서 탈북자 선교와 지원활동을 벌여왔다. 2년 전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주, 햄버거가게를 운영중인 박씨의 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미얀마, 라오스, 태국 미 대사관이 남편의 소재파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국무부와도 e-메일을 통해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실종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또 "미얀마 주재 미 대사관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약간 의심이 있긴 하다'는 말을 들어 석연치 않다"며 북한 공작원 등에 의한 납치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씨는 크리스마스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국제전화에서 도청을 의식한 듯 "미얀마에서 (통화)합니다. 1주일이면 끝나서 돌아갑니다"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으며 그 뒤 연락이 끊겼다고 부인은 덧붙였다. 박 목사의 중국내 탈북지원활동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 목사가 '탈북자들을 인솔중이다. 태국으로 가려는데 부족들간 내란 때문에 도저히 미얀마에서 바로넘어가지는 못하겠다. 라오스로 우회하겠다'고 말한 뒤 모든 연락이 끊긴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두리하나선교회(대표 천기원)도 앞서 박씨의 지원요청에 "미얀마에 선교사가 있으니 라오스와 국경을 접한 몽나마을에 가면 그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에 기반을 둔 개신교계의 한 관계자는 "연락두절 이후 탈북지원 단체들이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박씨 일행의 예상 경로를 훑었으나 지금까지 어떤 흔적도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최악의 경우 김동식 목사처럼 북한 당국에 의해 강제납치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워싱턴주 아시아태평양위원회는 행방불명 신고에 따라 가족들에게 미 연방 국무부 시민보호ㆍ위기관리국(Office of American Citizens Services and Crisis Management)과 미 적십자사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 소재파악을 요청하도록 권고했으며 가족들은 지난 14일 국무부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한편 박씨의 부인은 주변의 우려에 "과거 세차례 중국내이긴 하지만 연락두절등 신변위기 경험이 있었으나 결과가 다 좋았다. 한편으로 걱정스러우면서도 낙관하고 있다. 미 정부도 움직이고 있으니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