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의 전직 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기술보호를 위해선 전직 제한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윤종용)이 '기술인 전직 막아야 하나?'란 주제로 최근 한국기술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에서는 참석자들의 주장이 이처럼 팽팽히 맞섰다. 이날 발표내용을 간추린다. [ 주제발표 ] ◆이승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지난 한햇동안에만 기술유출로 18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올해 '첨단산업기술 유출 방지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고 기업 및 연구소의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일정기간 전직을 제한키로 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R&D 인력에 대한 전직 제한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 근로자가 기업 고유의 기술 노하우를 습득해 경쟁회사에 취직하거나 같은 업종의 회사를 차릴 경우 엄청난 불이익을 받는다. 따라서 직업선택의 자유와 기술보호라는 두 기본권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토론내용 ] ◆고영회 대한기술사회 회장=기술은 원칙적으로 개발한 사람의 것이다. 다만 회사와 근로자간 계약에 의해 회사로 귀속되는 것일 뿐이다.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대해선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전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은 굳이 전직을 제한하지 않고서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과학기술자의 전직을 제한하는 것은 명분이 없는 것이다. ◆천경준 삼성전자 부사장=회사 보유 기술이 모두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허로 등록되지 않은 노하우도 많이 있다. 수백명의 R&D 인력이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한 노하우가 단 1명에 의해 다른 기업에 유출될 수 있다. 따라서 회사를 그만두었다면 1년 정도는 관련 업종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상욱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과학기술자들은 "전직 제한으로 이공계 출신들은 노예 취급을 받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어느 한 직장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면 그것이 바로 노예다. 전직이 제한되면 기업은 R&D 인력을 붙들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이공계에 대한 처우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주흥로 XL광통신 대표이사=우리나라는 기술 유출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 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다. 선진국에서는 기술유출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리도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직업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범위에서 전직을 규제해야 한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