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WS)컨소시엄이 동아건설 채권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1조2천억원에 달하는 동아건설 파산채권은 예비협상자인 골드만삭스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WS컨소시엄이 입찰포기 의사를 구두로만 밝힌 상태여서 아직 법률적 효력이 없고 다른 입찰참여자들과 일부 채권단이 입찰 자체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최종 결과는 19일 오후가 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포기했나 WS측이 내세운 인수 포기 이유는 △컨소시엄 구성원(출자자)공개요구 문제와 △응찰가 유출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입찰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WS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면서 컨소시엄 구성원을 밝힐 것을 요구해왔는데 이는 WS측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는 것이다. WS측은 "당초 응찰조건에 없었던 컨소시엄 구성원 공개를 끝까지 요구할 경우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삼일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언론에 자신들의 응찰가격이 보도된 데 대해서도 "앞으로 있을 나머지 채권의 입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WS측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낸 점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입찰에 WS가 제시한 금액은 6천3백억원.두번째로 높은 가격을 써낸 골드만삭스의 2천9백억원선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응찰 담당자를 해고하고 낙찰을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애당초 WS측은 진짜로 동아건설 채권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입찰을 무산시키기 위해 무리한 응찰을 한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입찰의 증거금이 1백억원이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개연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어부지리? 골드만삭스는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골드만삭스의 계열사인 트라이엄프가 차순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3∼4일간 보증금 예치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해 왔다"며 "조만간 있을 삼일회계법인의 발표에 따라 동아건설 채권 매각의 우선협상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응찰자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2위인 골드만삭스와 3위인 금호간의 가격 차이가 수십억원에 불과하며 입찰 시작 당시 예비협상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입찰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채권단 내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번 입찰 대상 채권은 크게 4개 풀(pool)로 나뉘어져 있었고 응찰자들은 총 응찰가격과 각각의 풀에 대한 가격을 별도로 제시하게 돼 있었다. 채권자들은 자신들의 보유 채권이 어느 풀에 속해 있었는지,그 풀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제시 가격은 어떠했는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채권단은 20일 채권단회의를 열어 골드만삭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동아건설 파산채권의 의미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의 채권을 매각하는 데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쏠리고 끊임없이 잡음이 나는 이유는 매각대상 채권 중 대한통운의 경영권이 걸린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매각대상 채권 1조2천억원 가운데 2천억원가량은 대한통운이 보증을 선 것이다. 동아건설 파산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 보증채권은 대한통운에 대한 채권으로 바뀌게 되며 이 경우 대한통운의 법정관리계획(회사정리계획)에 따라 대한통운 주식으로 출자전환된다. 이로 인해 확보할 수 있는 대한통운 지분은 11%에 달해 단번에 1대주주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대한통운을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추후 매각될 나머지 동아건설 파산채권 2조9천억원어치 중 대한통운이 보증을 선 채권 약 6천억원어치까지 모두 인수하면 지분율을 33%까지 늘릴 수 있어 명실상부한 오너가 될 수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