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동결] 또 '박승 쇼크'…채권투자자 손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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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의 강력한 주문과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자산가격 거품과 금융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이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마지막 카드'로 금리인하 여지를 남겨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왜곡 우려하는 한은
박승 한은 총재는 "장기금리 마이너스 상태와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현상 등 금리구조 왜곡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안된다는 게 금통위의 유념사항"이라고 말했다.
작년 콜금리를 두 차례(8,11월) 내렸지만 실물부문으로 돈이 흐르지 않고 채권에만 몰려 시장금리를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는 등 부작용만 커졌다는 설명이다.
박 총재는 또 "하반기에는 연율 5%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강조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수요'로 바뀌어 물가부담이 되고 주식·부동산 등 자산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콜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재경부는 '불만'
박 총재의 추가 금리인하에 쐐기를 박는 발언으로 재정 조기집행에 금리정책까지 동원해 경기부양 효과를 배가시키겠다는 재경부 구상은 일단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채금리까지 많이 떨어졌는데 금리를 내려줬더라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 많이 아쉽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박 총재의 발언으로 추가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상반기 중 한 차례 정도 콜금리가 더 인하될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하고 있다.
한은도 콜금리 마지노선으로 보는 물가억제 목표치(3%)에 불과 0.25%포인트밖에 남지 않아 이 여유분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남겨놓을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요동친 채권시장
이날 채권시장은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전 급락하던 금리가 오후 들어 급등세로 돌변,장중 금리의 고점·저점간 차이가 0.3%포인트에 육박했다.
전날 장 마감 뒤 재경부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국고채 10년물 발행물량을 당초 계획(3조1천8백억원)보다 1조5천억원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호재로 작용,국고채 3년물은 오전 한때 0.12%포인트 급락한 연 3.3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박 총재가 강한 톤으로 금리인하 부작용을 경고하자 분위기가 돌변,3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0.25%포인트 치솟으며 전날보다 0.13%포인트 오른 연 3.58%에 마감됐다.
국고채 10년물도 장 초반엔 연 4.15%로 내려갔다가 한때 4.40%까지 치솟았다.
금리 저점에서 10년물 1백억원어치를 산 뒤 고점 때 팔았다면 불과 몇 시간새 2억원가량을 손해본 셈이다.
한 투신사 채권팀장은 "오후장은 일부 증권사와 투신사의 손절매가 다시 손절매를 부르는 양상이었다"고 말했다.
김용준·이상렬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