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구호 정상회담을 마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6일 갑자기 전용기 기수를 돌렸다. 원 총리는 곧바로 베이징(北京)으로 가지 않고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광둥(廣東)성의 최대 경제특구인 선전(深천)시에서 비행기를 내렸다. 지진과 해일로 쑥대밭이 된 서남아시아의 피해현장을 벗어나자 그의 머리 속에는 또 다시 에너지난으로 휘청거리는 산업현장이 떠올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원 총리는 다음날인 7일 오전 다야완(大亞灣)원자력발전소와 첨단 기업체를 둘러보고 에너지 공급 실태와 기업들이 겪고 있는 생생한 모습을 직접 점검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에너지 2대 소비국이며 전체 에너지 소비의 상당량이 세계의 공장인 광둥성에서 소비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80년 개혁ㆍ개방을 시작한 이후 에너지 수요가 연 평균 5% 정도씩 증가했으며 현재 에너지 소비량은 전세계의 12.1%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에너지 증가세가 지속되면 오는 2020년께 연간 2.5억-4.3억t 정도의 석유가 부족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동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산 석유의 경우 중국이 국제유가 등락의 메커니즘에 개입할 여지가전혀 없으며 가격 등락에 따라 경제성장에도 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기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인다는 것이 최대의 중장기 에너지 전략이다. 이를 위해 먼저 연해지역 석유자원을 적극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인근 국가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과 에너지 합작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또 최근 호주와 인도네시아, 이란 등과도 석유 및 천연가스를 공동으로탐사하기로 합의하는 등 에너지 확보 노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에너지 수급 10개년 및 20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60억위안의 예산을 투입해 4대 항구도시에 전략석유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자원이 제한적인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열과 풍력, 수력발전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우귀후이(吳貴輝)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국 부국장은 "우리의 에너지 확보 전략은 석탄을 기본으로 한 에너지의 다원화"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중국은 교통과 건축, 공업분야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에 주력한다는방침아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있으며 격려정책도 도입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