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산하 금융경제연구원의 핵심 보직에 대한 외부 공모제도를 통해 순혈주의를 깨뜨리고 연구원 기능을 강화, '조사국 독주'에 제동을 거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은은 1급 보직인 금융경제연구원장을 부총재보(이사)급 직위로 격상시키고,연구실장 3명과 함께 외부인사중에서 공모한다고 9일 밝혔다. 한은이 고위직 공모를 통한 외부인력 수혈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모 대상인 금융경제연구원장 자리는 그동안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대규모 연구조직인 한국은행에서 심장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조사국의 외곽조직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1급 간부가 연구원장을 맡아 왔다. 하지만 박승 총재는 연구원을 확대 개편,조사국과의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한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원장에 대한 대우도 한 단계 올려 부총재보급으로 정하고 행내보다는 외부인사를 발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망 있는 인사를 영입할 경우 앞으로 금융경제연구원장의 위상이 대기업 부설 민간경제연구소나 국책연구기관의 최고책임자들과 대등한 수준이 될 것으로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원 조직을 현재의 6개팀에서 8개 연구실로 확대 개편하고 기존 동북아경제연구실과 신설되는 사회경제연구실,경제제도연구실의 실장 등 3명도 공모를 통해 뽑기로 했다. 이렇게 연구원이 확대 개편되면 한은 출범 후 수십년간 핵심적인 위치를 점해 왔던 조사국의 위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경제연구원장 응모자격은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에서 15년 이상의 연구경력이 있으면서 통화금융과 경제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비전과 혁신능력,국제적 감각,업무추진력 등을 갖춘 사람'으로 돼 있다. 연구실장은 연구경력 10년 이상인 전문가 중에서 뽑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년에 재계약이 가능하다. 한은은 이번 공모방식을 통한 인재 확보가 성공적인 것으로 검증될 경우 팀장급 이상 직급에 대해서도 문호를 더 여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외환관리를 담당할 외환딜러 등을 외부에서 수혈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