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미술은 가깝고도 먼 '이웃사촌' 같은 관계다. 끊임없이 자양분을 서로 주고받고 있지만 엄연히 공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장르의 길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관훈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각서사(Art & Film)'전은 한국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각적이면서 서사적인 시각예술의 특성이 영화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본 전시다. 강홍구 김범수 김세진 김창겸 박경주 박태규 박혜성 박화영 이광호 이중재 등 10인의 설치 회화 입체 영상작품 30여점이 출품됐다. 사비나미술관 김준기 실장은 "영화와 미술은 편집의 미학,서사(narrative) 및 시각(visual)의 공유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 각 영역 전문가들에 의해,미술은 작가 개인에 의해 각각 의미 전달을 위한 '편집'이라는 특정 절차를 거친다. 영화는 '움직이는 그림' 또는 '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술에 비해 우위에 있지만 미술도 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감성 코드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강홍구의 'Who am I'는 1950년대 초 뮤지컬영화인 '파리의 미국인'에 나오는 스틸사진 속에 작가의 젊은 시절 모습을 합성한 작품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영화에 투사된 욕망의 문제를 표현했다. 김범수의 'Hidden Emotion'은 공연 장면과 다큐멘터리,흑백필름 등 이미 사용됐거나 용도 폐기된 각종 필름들을 모아 재조립한 설치작품이다. 김세진의 '욕망의 바다'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의 식상한 소재와 감성,진부한 줄거리 등을 종합 구성한 비디오 작품으로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영상들이 지닌 조악함을 비판한다. 2월26일까지.(02)736-437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