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압력에 밀려 임명 사흘만인 7일 전격 사퇴하자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총리를 적극 추천한 정부내 핵심인사들은 물론 청와대의 인사 추천·평가·검증 업무의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차제에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총리와 그의 아들이 수원에 18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박정규 민정수석은 이날 문제의 부동산에 대해 "아들 부동산에 대해선 체크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할 때는 안나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청와대측은 "이번 내각 인사 때 3일동안 30명이나 검증했는데 어떻게 직계 존비속 재산까지 검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실한 인사검증 체제를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정찬용 인사수석이 중심이 되는 '인사 평가'에서도 그간 정부가 내세워온 개혁의지,전문성,윤리적·법률적 하자(도덕성) 등 우선순위에 대한 설명이 오락가락해 "명확한 인선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인사 추천'에서부터 객관적인 추천·천거가 이뤄지지 않은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서울대 총장'으로 이 부총리와 인연이 있는 이해찬 총리,이 부총리와 40년간 교제해온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강하게 추천하면서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이 뒤따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사퇴 하루 전인 6일에도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할 정도로 재산형성은 오히려 청빈쪽에 가깝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에도 이번 인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의혹 및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 확인을 복합적으로 해야 할 사안"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었다. 청와대는 네티즌들의 반대여론이 90%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이날 오전 김 비서실장 주재의 간부회의나 오후 2시 김종민 대변인의 기자간담회에 이르기까지 '이기준 카드'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여론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이 부총리 퇴진 파문 외에 지난 6일에 안희정씨의 변호인이었던 김진국씨를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뒷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의 법무비서관 임명과 관련,여권 관계자는 "특별한 보안을 요하는 민정수석실의 중요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인사로 민정수석실을 비롯 인사수석실과 김 비서실장에게 타격이 예상되며,노무현 대통령의 인사정책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