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떴다.


떠돌이 하이에나가 하얀 달빛 속에 유령처럼 서 있었다.


캠프 바로 옆에서 어슬렁거리는 코끼리,갓 잡은 얼룩말 살점을 뜯으며 씩씩거리는 사자들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우리는 모두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1995년 영국에서 남부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이주한 한 가족의 경험담이다.


'지구의 마지막 에덴''인류의 자궁'이라 불리는 거대한 삼각주,그 야생의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갔던 이방인들.


쉽게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이 곳에서 진정한 안식을 느끼고 강과 숲과 움직이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금 그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었고 그 생생한 감동을 책으로 엮었다.


아이들이 글을 쓰고 그림까지 그린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트래버스 외 지음,홍한별 옮김,갈라파고스)는 그래서 살아 있는 생태 보고서에 가깝다.


처음 정착하는 과정,새 친구들과의 만남,엄마의 재혼,그리고 사자 관찰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사자가 수풀에 누워 잘 때는 몇 시간이고 꿈쩍 않는다.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할 때는 정말 지루하지만 재미 있는 광경도 가끔 있다.


바로 암사자가 자기 짝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는 모습이다.


그래서 새끼가 태어나도 원래 짝인 수컷은 점잖게 받아들인다.'


교육은 엄마가 책임졌다.


그녀는 셰익스피어와 예이츠,아서 밀러 등의 저서를 아이들에게 읽게 했다.


또 서로 다른 과목을 연결시켜 가르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병원균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함께 공부하는 식이다.


엄마의 전인적 교수법에 힘입어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야생동물의 보호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성숙함까지 보여준다.


그녀의 '자유를 향한 실험'은 멋들어지게 성공한 셈이다.


'어둠 속을 전속력으로 뛰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별밖에 없었고 몸으로 느껴지는 것은 발 밑의 흙과 뺨에 부딪히는 바람뿐이었다.


마침내 지쳐서 드넓은 대지 바닥에 드러누웠다.


완전한 자유였다.'


2백35쪽,1만5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