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생명운동가인 김지하씨(64)가 새 산문집 '생명과 평화의 길'(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책은 '혼돈적 질서'를 찾아가는 정신의 여행기로 요약할 수 있다. 오랫동안 생명운동을 주창해 온 저자가 바라본 오늘날 세상은 '대혼돈(Big Chaos)'이다. 테러와 전쟁으로 한시도 조용한 순간이 없었던 세계는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기상 이변까지 겹쳐 한마디로 혼돈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인간의 내면적 황폐화도 이에 못지않다. 이러한 대혼돈을 헤쳐나갈 길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저자는 반문하면서 동아시아,그 중에서도 한반도에서 일기 시작한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해답을 찾는다. 이 길은 동아시아 연대의 길이자 지구 인류 전체의 길이며 결국은 대혼돈을 극복할 진리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또 하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의 역동성이다. 새로운 문화의 길,새로운 문화코드는 새 세대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고대와 미래,디지털과 아날로그,정착과 이동 등 쌍방향 통행이 가능한 세대는 역사적으로 지금의 10∼30대 초반 네트워크 세대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씨는 "소위 '밀실의 네트워크'가 특징인 젊은 세대들이 광화문과 같은 넓은 광장에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며 "이들에게서 새 시대의 생명과 평화의 희망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