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액션스릴러 '오션스 트웰브'는 절도 행위를 매혹적인 문화현상으로 바라보는 이색적 영화다.


험상궂은 얼굴,험악한 폭력,저열한 농담은 배제됐고 말쑥한 신사와 숙녀들이 고도의 지성을 겨룬다.


등장인물도 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맷 데이먼,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지키며 패자는 깨끗이 승복한다.


이쯤 되면 도둑질은 범죄라기보다는 하나의 게임이자 쇼에 가깝다.


도덕적 판단은 유보되고 치밀한 전략에 따른 완전 범죄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오션스 일레븐'의 속편 격인 이 작품은 전편을 통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1억6천만달러를 턴 오션(조지 클루니) 일당이 피해자인 테리(앤디 가르시아)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것을 독촉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션 일당과 유럽의 괴도(뱅상 카셀)가 '세계 최고의 도둑'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절도 행각은 게임이자 유희로 바뀐다.


전편에서 11명이던 오션 일당에 오션의 아내(줄리아 로버츠)가 가세하고 여형사(캐서린 제타존스)마저 오션 일당과 인연을 맺는다.


절도 과정에서는 쇼비즈니스 세계와 도둑질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가짜 줄리아 로버츠가 진짜 줄리아 로버츠 행세를 하고 카메오로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가 끼어드는 장면이 그것이다.


감독의 관심은 도둑들의 말과 행위에 품격을 불어넣어 근사한 세계를 꾸며내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희대의 절도범들은 범죄자라기보다는 별난 취미를 지닌 부류들로 보여진다.


주인공들이 훔치는 보석 달걀은 일종의 '맥거핀'(없어도 무방한 장치)에 불과하다.


도난품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상되거나 주인에게 반환된다.


이 영화에서 피해자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 영화에는 돈 자체보다는 '돈을 버는 행위'를 존중하는 미국인들의 정서가 반영돼 있는 것 같다.


일부 문명사가들은 미국인들이 돈 버는 행위를 남성적인 모험의 형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일단 돈을 벌면 아낌없이 기부금으로 내놓는다고 한다.


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