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은 그동안의 경제발전 성과와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구축한 민주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세계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경제와 정치의 발전으로 높아진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앞세워 우리 기업들이 자신감을 갖고 전향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로 세계시장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를 위해선 지난 60,70년대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고 정주영 현대 회장,고 이병철 삼성 회장 등의 공격적인 기업가 정신이 부활돼야 한다"며 "당시엔 우리나라 전체 국가자원이 '1백'이었다면 기업인을 중심으로 차관 등을 통해 국가자원을 '5백'으로 키워 이를 경제성장에 쏟아부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인들이 '성장·투자·규모 확대'에 집중하기보다는 '안정·수익성·현금흐름'에 치중하게 됐고 여기에 더해 정부와 시장이 기업인들에게 "다각화나 투자 확대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지금 하는 사업이나 잘해라"는 식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정 소장은 지적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수백조원에 달하고 있고 기업들도 인력 기술 등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성장에 필요한 요소를 많이 갖게 됐지만 이런 자원을 '저활용·과소활용'하고 있는 게 우리 경제의 최대 문제라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전체 국가자원 '5백' 중 '1백' 정도밖에 효율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역 레버리지'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 그는 "우리가 가진 자원을 제대로 동원해서 수익성 있는 곳에 투자할 수 있게 판을 바꿔야 한다"며 "국내에서의 투자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세계 시장 중에서도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지역의 고성장 경제는 우리 기업들이 적극 공략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