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에서 동쪽으로 5백km 떨어진 카미시아 지역.

아마존강의 시발점인 이 곳에 남미 최대의 가스전인 '말비나'가 자리잡고 있다.

밀림 한복판의 9개 유정에서 분출된 가스는 고순도 가스(메탄 및 에탄가스)로 정제된 뒤 가스관을 타고 안데스산맥을 넘는다.

한 가운데 우뚝 선 압축타워는 5백km 떨어진 수도 리마까지 가스를 밀어내느라 힘찬 펌프질을 하고 있다.

SK㈜가 아르헨티나 플루스페트롤 등과 함께 개발한 이 가스전에선 지난해 8월부터 하루 2억1천만입방피트의 가스가 생산되고 있다.

석유 메이저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어렵사리 따낸 광구다.

매장량 8조7천억입방피트로 SK㈜는 40년간 매년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베트남 남부의 휴양 도시 붕따우 동쪽 1백45km 해상.

한국석유공사 SK㈜ 등 한국 기업이 23.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흑사자' 유전의 6개의 시추공에선 매일 8만8천배럴의 원유가 쏟아지고 있다.

시추선과 연결된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엔 4∼5일마다 한 번씩 각 국의 유조선이 찾아와 중국 등지로 원유를 실어낸다.

한국은 이 유전에서 향후 20여년간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시작일 뿐입니다.일부 지역에서 성공을 거뒀다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지요.가격이 치솟는 것도 문제지만 언젠간 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질 않습니까."

신헌철 SK㈜ 사장은 2008년까지 우리나라의 원유 자급률의 5%를 SK㈜가 해외 개발을 통해 채우겠다고 말했다.

정부 목표 10%의 절반이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41개국 1백58개 프로젝트.투자 규모도 65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원유 자급률은 아직 3% 수준.

이웃 일본(15%)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이미 세계 각국은 광구 개발권 확보에 '올인'한 상태다.

엑슨모빌 셸 BP 셰브론텍사코 등 메이저들은 물론 중국 일본 등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석유공사 SK㈜ LG상사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등이 해외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다른 나라에 밀려 안정적인 자원의 조달이 불가능해지면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더 이상 버텨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자원 최빈국이라지만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길마저 닫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중단했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재개키로 했다며 "자원 빈국도 자원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카미시아(페루)=정태웅·붕따우(베트남)=류시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