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이자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주식 저축"의 표본이다. 보유자산 규모가 1백22조원에 달하는 이 기관의 지난해(2004년 11월말 기준) 주식투자 수익률은 8.25%.정기예금 3.40%,채권투자가 5.83%의 수익률을 거둔 것에 비하면 주식투자가 가장 짭짤했다. 2003년에는 주식부문 수익률이 37.08%로 채권의 6배에 달했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은 더욱 커진다. 2001년 설정된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1'의 지난해 수익률은 5.70%로 평범했다. 그러나 설정 이후 4년간 누적 수익률은 1백76.27%에 달했다. '템플턴그로쓰주식1'은 지난해 3.82%의 손실을 냈지만 최근 3년간 누적 수익률은 59.84%,설정(1999년) 이후 6년간 수익률은 1백35.17%다. 특히 우량주에 대한 장기 저축은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8년 이후 7년간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빅5'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3백98%.투기 붐이 불었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률 9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91년 말부터 작년까지 미국채 10년물이 1백92%의 수익률을 낼 동안 다우지수는 4백74%(배당금 포함)의 '대박'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줬다. 91년 말 다우지수 30종목에 10만달러를 묻어둔 투자자는 원금을 포함해 57만4천달러,국채를 산 사람은 29만2천달러를 손에 쥐었다는 얘기다. 김석중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리서치센터장)은 "지난 89년 말 4만엔선에 육박했던 닛케이평균주가가 15년 만에 1만엔선으로 주저앉았지만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89년 고점을 넘어섰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우량주 장기 투자만한 재산 증식 수단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량주 장기 투자가 만들어낸 고수익 학습 효과 덕분에 국내에서도 이제 '주식투자=저축'이란 개념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투기적 대박의 환상에서 벗어나 건전한 장기 투자를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중년층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의 '증시 엑소더스'가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에도 초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 주주들은 오히려 늘어난 게 이를 입증한다. 삼성전자의 개인 주주는 지난 2003년 말 7만9천36명이었지만 작년 6월 말에는 9만9천3백67명으로 반년 새 25.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개인 주주는 73.0% 급증했다. 포스코 주식을 들고 있는 개인도 12만9천2백94명에서 13만2천6백97명으로 불어났다.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15년째 500∼1,000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시가총액 상위 '빅5'의 체감지수는 3,000에 이른다. 지난해 초 선보인 적립식 펀드의 치솟는 인기는 사실상 '주식으로 저축하기'의 신호탄인 셈이다. 우량주 위주의 주가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점도 장기 투자의 매력을 더해준다. 상장사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4.3%로 이미 예금금리를 추월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7.7%에 달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저금리 기조 고착화와 경제의 안정적 성장기 진입,기업들의 높은 ROE,연기금의 시장 개입 확대,부동산시장의 공급 초과 등 다양한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우량주 장기 투자 성과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