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별 기상도는 대체로 흐리다. 내수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다 환율 유가 원자재 등 주요 경제 변수들을 보면 경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전망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업종별 협회의 의견을 종합해 내놓은 '주요 업종 2004년 실적과 2005년 전망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수 회복 기대와 중국.동남아 등지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자 자동차 업종은 올해도 그나마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쟁여건 악화로 인해 수출 상승세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건설 섬유 등의 업종은 원자재가격 상승,부동산 침체 지속,섬유쿼터제 폐지,중국산 저가제품의 유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지난해 30%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한 반도체는 공급 과잉 우려와 수요 둔화에 따라 수출 증가율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자동차=작년 경기는 '내수 침체,수출 호황'이었다. 올해 경기는 '내수 급락세 진정,수출 증가율 둔화'로 전망된다. 디젤승용차 출시가 예정돼 있고 유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내수 급락세는 진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수출은 늘더라도 증가폭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서유럽 동유럽 중동 등의 수출 호조가 예상되나 환율 하락과 현대차의 미국공장 가동 등 현지 생산체제 구축에 따라 북미수출 비중(40.8%)은 줄어들 전망이다. ◆전자=지난해 생산과 내수는 디지털 신제품 수요와 특소세 인하,선진국 경기 회복 등으로 각각 14.6%,10.4% 증가했다. 수출은 무려 30.8%나 급증했다. 올해도 이 같은 호조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고가 디지털 대형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수출시장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내수는 9.6%,수출도 16.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올해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지난해 생산과 수출이 모두 30% 이상 증가했지만 올해는 원화 강세,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증가세를 마감할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반도체 수요 전망치를 작년(2백71억달러)보다 10%가량 증가한 2백91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더라도 주력제품 가격이 3달러선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강=철강재 국내 수요와 수출 모두 작년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요는 재작년보다 1.5% 증가한 6천2백83만5천t. 올해 철강재 명목소비(내수+재고)는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의 경기호조로 판재류 수요는 증가하나,철근 형강 등 봉형강류의 수요 감소로 증가세가 둔화돼 전년 대비 1.6% 증가한 4천7백40만5천t으로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중후판은 건설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호조로,핫코일과 냉연강판도 자동차 가전산업의 생산 증가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외화내빈'이란 터널을 언제쯤 벗어날지 관심이다. 기술혁신과 선진공법 개발,LNG선 등 고부가치 선박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조선용 후판 등 원자재가격 상승과 원화 강세에 따라 외형적인 호황과 달리 채산성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사들은 저가에 수주한 물량을 털어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4분기에나 채산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지난해 수출과 생산은 각각 7.3%와 4.1% 증가했다. 반면 내수는 도시가스 등 대체연료 사용 증가,고유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인해 1.9% 감소했다.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과 내수가 각각 1.1%와 0.7%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석유화학=작년보다 성장폭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올해도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고 중동지역 공장의 신·증설이 지연됨에 따라 생산과 수출은 각각 4.5%,8.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는 관련 산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기계=관련 산업 호조에 힘입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등 연관산업의 생산설비 확충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및 아세안 국가의 지속적 수요 등으로 내수와 수출이 각각 6.0%와 16.9% 증가할 전망이다. ◆섬유=지난해 생산이 11.6%나 줄어든 섬유 업종엔 섬유쿼터제 폐지라는 악재가 버티고 있다. 올해는 섬유 쿼터제 폐지,미국 등의 수입규제 강화로 작년 소폭 증가했던 수출이 7.1%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 침체로 내수와 생산 감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재건축 규제 등 일련의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으로 민간주택 경기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국내 공사 수주는 16.8% 감소했다. 올해는 공공 부문에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겠지만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부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공사 수주도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