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체 풀릴 기미가 없는 우리 경제에 '희망'의 돌파구는 없는가.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지나친 비대화가 민간부문을 위축시키고,그로 인해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더욱 숨통을 트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과도한 중앙행정 권력조직은 '유지비용'을 위해 기업과 가계에 세금과 준조세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시장에 대한 간섭 확대로 이어져 민간의 활력을 잃게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대해진 공공부문,특히 난립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정책관련 조직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우리 경제 '희망 되찾기'의 첫 작업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중ㆍ장기 핵심 전략과제 수립을 주임무로 활동하고 있는 12개 국정과제위원회는 현 정부가 남은 3년의 임기동안 실질적인 '현장 행정'에 주력할 수 있게끔 대폭 정비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 청와대는 최근 국정과제위원회가 설정한 1백대 국정과제 중 33개 과제가 기획 및 정책화 단계를 지나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는 실행(집행)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저출산 대책이나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기본 방침,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 등이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위원회를 통해 개별 부처 단위를 뛰어넘는 정책들을 입안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1백대 국정과제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과제들은 아직까지도 정책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중 24개 과제는 아이디어 단계에 그치고 있다. 위원회는 내년까지 모두 실행 단계로 접어들 수 있도록 구체화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문제는 시간과 한정된 역량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5∼10년 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과제들을 시간에 쫓겨 임기 내에 입안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핵심 과제에 시간과 역량을 집중 투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10월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판결 이후 전면 중단 상태인 공공기관 이전,혁신도시 건설 방안,동북아중심 정책,고령화와 빈부격차 해소 대책 등 일부 핵심 과제들로 '과녁'을 좁힐 필요가 있다는 것.김광두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참여정부가 진정한 개혁을 원한다면 전선(戰線)을 넓히기보다 기존 이슈들을 내실있게 챙기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위원회 수 절반으로 줄여라 아젠다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위원회 기능을 정부 부처로 넘기고 위원회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개 국정과제위원회 중 핵심으로 꼽히는 정책기획,동북아시대,정부혁신·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고령화 및 미래사회,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등 6∼7개를 제외하고는 관련 부처로 기능을 넘기거나 통폐합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것.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위원회가 상시조직이 돼서는 안된다"며 "임무를 다하면 위원회를 정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책 혼선'도 구조조정해야 국정과제위원회는 중장기 과제 이외의 현안들에 대해서도 제 각각 목소리를 내왔다.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와 대우종합기계 매각 방안,아파트 분양가 공개 여부 등에 대해 관련 부처와 이견을 보여 '정책혼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투톱'으로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엔 정부가 골프장 규제완화 방침을 발표하자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환경단체들과 함께 반대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위원회가 현안에 계속 관여하는 한 '정책혼선'은 당분간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