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글렌 허바드 교수(45)는 생산성을 높일수 있도록 경제 사회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노동시장과 일본의 자본시장을 예로 들며 많은 나라들의 제도적 장치나 관행이 미국보다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에 더 노출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바드 원장을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 대학 유리스 홀 원장실에서 만났다. [ 대담 = 고광철 뉴욕 특파원 ] -달러화 가치 하락이 세계 경제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하락세가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아니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단기적으로는 지금처럼 점진적인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는 두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낮은 저축률입니다. 미국은 투자와 소비를 많이 하면서 저축은 적게 하는 나라입니다. 당연히 경상적자가 커질 수밖예요. 또 하나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내수 부진입니다. 이들 지역의 일부 국가는 내수를 규제하기까지 하죠.그것이 미국의 경상적자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달러화 가치 추가 하락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 하락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고통을 준다고 보진 않습니다. 미국이 적자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일본과 유럽이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이며 중국이 경직된 환율관리를 점진적으로 완화한다면 달러화 급락은 없을 것입니다." -올해 달러화 가치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나는 예측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장기 균형만을 생각합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진로는 세계 주요 국가들에 대한 정책 변경 압력이 커지리라는 것입니다. 그런 정책 변화가 일어난다면 달러화 가치 하락도 멈출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회보장기금 개혁이나 감세 조치의 영구화도 적자를 늘리는 요인 아닙니까. "미국의 재정적자는 오래된 문제입니다. 앞으로 5년간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약속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미국은 사회보장기금과 메디케어(노인들에 대한 의료보험지원제도)라는 두가지 사회보장제도를 건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선 두가지 수령액의 증가율을 낮춰야 합니다. 금융시장도 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통제가 가능한 각종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지출을 절약하는 것은 제한적이고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더 큰 것은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혜택을 줄이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취약한 금융구조를 내세워 절상 요구에 소극적입니다.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위안화 정책은 무엇입니까.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극히 취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어느날 달러화 페그(위안화를 달러당 8.28위안으로 고정시켜 놓은 것) 제도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도로 바꾸거나 아니면 위안화를 일시적으로 대폭 절상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순진한 생각입니다. 중국 정부가 먼저 해야 할 것은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부실채권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이뤄지고 난 후에는 중국 정부도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이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우선 중국 정부가 허약한 금융시스템을 정비하도록 촉구하는 게 필요합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나 한국이 자국 통화 절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중국이 당장 변동환율제도로 가거나 대폭적인 절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중국 정부가 허약한 은행들에 자본을 투입,은행을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일본 경제는 최근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장기 침체에서 벗어났습니다. 일본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일본 경제가 지속적인 금융완화 정책과 부실채권 정리로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숲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미약하지만 여전히 경기 후퇴 압력이 상존하고 있고 성장률도 아주 낮습니다. 앞으로도 경기확장 정책을 지속해야 합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 "당시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경제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미 도쿄가 동북아시아의 금융중심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은 상하이를 도쿄와 견줄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경쟁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게다가 노동시장 개혁이 여전히 골치 아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노동시장은 당시와 비교할 때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 투자가 아닌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개혁이 중요합니다. 또 국제 경쟁에 대한 규율이나 훈련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동북아시아의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에 더욱 개방적이고 노출돼?합니다." -중국의 급부상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중국의 경제성장은 일본은 물론 한국의 다국적 기업들에도 추가적인 시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가 중국 경제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죠.중국의 부상이 지정학적인 이슈를 몰고오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이 지역에 좋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올해 세계 경제의 기회와 도전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기회는 어떻게 하면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미국보다 생산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첨단기술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본이나 한국의 첨단기술이 미국보다 결코 떨어진다고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관건은 높은 생산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경제 사회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한국의 노동시장이나 일본의 자본시장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은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처럼 엄청난 혁신이 이뤄져야만 되는 것이 아니고 제도를 바꾸는 것인 만큼 그것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도전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국제유가 불안,미국과 유럽간의 무역 갈등을 들고 싶습니다. 유가는 테러나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문제 때문에 여전히 불안한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낙관론자입니다. 앞으로 수년간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은 지속될 것입니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