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의 증자문제가 31일 채권단과 LG그룹의 합의로 사실상 해결됨에 따라 내년초부터 LG카드를 둘러싼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물밑 인수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날 합의안이 발표된뒤 "LG카드 증자협상이 타결돼 다행이고 LG카드의 정상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매각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금융지주도 LG카드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보험업 진출도 추진하고 LG증권과 우리증권의 통합을 통해 명실상부한 금융지주 회사의 면모를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또 농협도 최근 내부적으로 LG카드 인수를 통한 경영효과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은행이나 농협의 경우 이미 채권단의 일원으로 출자전환을 통해 LG카드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인수를 위한 추가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드는 만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의 현재 지분은 16.6%로 산업은행(26.0%)에 이은 2대 주주이며 우리은행도10.3%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수주체를 확실히 점치기는 힘들다. 지난 2003년말 유동성 위기로 인해 LG카드가 주인이었던 LG그룹의 손을 떠나 채권단 공동관리체제 아래에 놓이면서 그동안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국내외금융사들의 LG카드 인수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해외 금융업체중에서는 GE, 씨티, HSBC, 뉴브리지캐피탈 등이 거론됐으며 국내에서는 우리은행과 농협뿐만 아니라 하나은행도 유력한 후보로 지목돼왔다. 이는 비씨카드를 빼면 LG카드가 삼성, KB카드와 함께 국내 카드업계의 상위권다툼을 벌이는 회사로 시장이 성숙돼있는 상황에서 새로 카드사를 설립하는 것보다기존 카드사 인수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가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인수후보로 거론돼온 해외업체중 GE는 이미 현대카드와 협상을 진행중이고 뉴브리지는 제일은행 매각을 추진중이어서 LG카드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없는 만큼 현재 시점에서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은행, 농협, 하나은행 등 국내 금융사는 가격만 적당하다면 인수의사는 있는 것으로 카드업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씨티의 경우 한미은행을 인수한뒤 카드사업 부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벌이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려운 상황이고 HSBC도 제일은행을 인수한다면 LG카드 인수를 통한 기대효과가 있는 만큼 유력한 인수후보가 되리라는 분석이다. 매각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채권단이 이미 경영정상화를 통한 조기매각방침을 밝힌 만큼 빠르면 연내에 성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LG카드에는 인수의사가 있는 금융업체 관계자들이 수차례 다녀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물밑 탐색전 위주로 흐르다가 하반기에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LG카드 박해춘 사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매각결정 시기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2005년에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