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중장기 포트폴리오' 공청회] 투자 다변화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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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공식 발표된 '국민연금 중.장기 기금운용 마스터플랜'은 해외 투자,부동산.SOC(사회간접자본) 투자,주식투자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1백20조6천억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09년께면 2백98조7천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런 마당에 국내 채권시장에 90% 이상을 넣어놓고 있는 현재의 투자 패턴으로는 적정 수익률을 유지할 수 없을 뿐더러 국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는 기금의 지속가능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금운용 마스터플랜 공청회'에 참여한 재계 노동계 학계 전문가들은 기금 투자다변화가 대세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SOC 투자나 의결권 행사를 통한 경영권 참여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팽팽한 이견을 보였다.
△연기금이 투자(주식)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정부의 관치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정부가 경기부양 등의 목적으로 수익성 낮은 SOC 투자에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점 △연기금이 부동산시장에 과도하게 쏠릴 경우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해외투자 11.1%·주식투자 10.7%=기획단이 제시한 포트폴리오안은 연간 수익률 6%(물가상승률 3%+실질기대수익률 3%) 이상,5년간 누적수익률 35% 이상이라는 목표 아래 세워졌다.
경제부처나 증권업계의 '대폭 확대론'과 노동·시민단체의 '최소화론'이 팽팽히 엇갈렸던 주식투자 비중에 대해 기획단은 10.7%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했다.
연구 과정에서 8.4∼22%까지 다양한 안이 나왔지만 손실 확률 등을 따져볼 때 이를 최적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매년 최대 4조원의 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입돼 2009년께면 32조원가량을 증시에 넣어놓게 된다.
연구진은 또 투자처를 국내 자산에만 한정하면 국내 금융시장 왜곡이 도를 넘어서는 만큼 해외투자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및 SOC 투자=발제자로 나선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덜 수 있는 부동산이나 SOC는 연기금 투자처로 알맞으며 그 적정 투자비중은 민간 부동산 시장의 10% 정도로 본다"며 "1∼2년내에 연기금 투자액의 1%,3∼5년 사이에 3%까지 비중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2009년께 국내 부동산·SOC에 기금 적립금의 2%(5조∼7조원) 안팎이,해외 부동산·SOC에 1%(2조∼3조원)가 투자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뉴딜'을 배제한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국내 SOC 민자사업이 대부분 엄청난 적자를 내고 이를 정부가 재정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SOC 투자는 결과적으로 후세대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행사=기획단은 "주주권 행사는 주식의 수익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당연한 권리"라며 "주주권이 없거나 제한받게 된다면 보통주에 투자할 이유가 없고 주식 투자도 활성화되지 못한다"며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김정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는 "현재처럼 연기금이 정부에 예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전 기업의 공기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획단의 박상수 경희대 교수는 "적대적 M&A를 방어해 달라고 하면서 경영권에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은 어폐가 있다"며 "재계의 관치 우려도 일리가 있는 만큼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