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왜 암에 잘 걸릴까.'


그동안 의학계에서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던 노화와 암 발병과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국내 과학자에 의해 풀렸다.


조선대 의대 단백질소재연구센터 유호진 교수팀은 노화현상으로 신체 내에 세포 분열기능이 떨어지면 유전자 복구기능이 상실되고 이로 인해 통제할 수 없는 비정상세포 분열이 일어나 암 발생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노화세포에서 왜 암이 잘 발생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세계적 과학기술 잡지인 네이처 세포생물학지 1월호에 이달의 가장 중요한 논문으로 실렸다.


이에 따라 유전자 복구 조절물질을 개발하면 암발생 억제제까지 만들 수 있어 이번 연구가 노화로 인한 암 정복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그동안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암은 일반적으로 정상세포가 비정상적인 분열을 계속함으로써 발생되는데,분열능력을 거의 갖지 못한 노화세포가 어떻게 활발한 분열능력을 획득해 암세포로 전환되는가에 대해선 뚜렷한 해석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 교수 팀은 이번 연구에서 'Bcl 2'라는 단백질에 의해 세포 분열이 억제되면 세포내 유전자 복구 시스템까지 동시에 파괴돼 암 발병을 촉진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세포는 항상 유전자 복구 시스템을 작동시켜 손상된 유전자를 회복시키고 돌연변이를 막게 되는데,Bcl 2로 인한 세포 분열능력 저하가 이 같은 기능을 무력화시켜 암 발생을 막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Bcl 2 단백질이 돌연변이 세포의 자동 소멸(자살)을 막아주는 기능을 발휘,결과적으로 암 발생을 촉진시키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그러나 Bcl 2 단백질에서 세포 자살억제 기능을 없앤 후 세포 속에 투입한 결과,여전히 암 발생이 촉진된 것을 확인함으로써 암 발병의 촉진 원인이 세포분열 정지,즉 세포노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분열 억제가 암 발병을 저하시킨다는 종래의 학설과 달리 오히려 암 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노화와 암 발생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