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이 46조원에 달해 가계의 자금압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발(發)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않는 한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담보가치에 큰 변동이 없는 데다 대부분이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어 은행들이 만기상환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주택담보대출로 신용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 주택담보대출 만기 46조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6조3천억원.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1백52조4천억원(2003년말 기준)의 30.4%에 이른다. 지난 2001∼2002년에 3년 만기로 나갔던 대출이 올해(42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대거 만기가 돌아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LG경제연구원은 내년에 개인들이 실제 상환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약 10조원으로 추산했다. 평균적인 가계대출 만기연장률 85%를 감안할 경우 순수상환 금액이 9조7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들이 위험지역에 대해 대출금의 10%가량을 일부 상환받은 뒤 연장을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가계의 상환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LG경제연구원은 밝혔다. ◆만기연장은 어떻게 이뤄지나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은행권의 처리 방식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담보가치와 고객신용도가 우수한 대출은 조건없는 만기연장을 해준다. 연장기간은 1년에서 3년까지 다양하지만 3년연장의 비율이 가장 높다. 둘째는 40∼60%의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해 담보가 부족할 경우 일부 원금을 상환받고 나머지를 연장해주는 방식이다. 셋째는 이자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10∼35년간 장기 분할상환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넷째는 담보가치가 하락하거나 연체고객에 대해서는 대출금 회수 또는 금리인상을 적용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년전 대출 당시보다 담보가치와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은 전체의 10% 미만"이라며 "이들 고객도 장기분할 상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담보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이자만 잘 내면 만기연장하는 데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위기 우려는 기우 금감원은 지난 3년간 담보가치(주택가격) 상승,낮은 연체율(9월말 기준 1.8%),금융회사간 대출경쟁 등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 만기집중에 따른 위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종식 은행감독국 경영지도팀장은 "은행들이 주택대출을 늘리지 못해 안달인데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회수할 이유는 없다"면서 "만약 은행이 회수에 나설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그 물량을 떠안을 수 있어 완충장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3년 전 80∼90%의 LTV를 적용했더라도 주택가격이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대부분 60%의 LTV 이내에 들어오게 돼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