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17일 초강세를 나타냈다. 규제 완화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확대되고 은행과의 역차별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의 반영이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정부의 증권산업 육성 의지가 확인됐다"며 "증권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정책이 대형사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해 증권사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사에 관심을 갖는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증권주 주가·거래량 폭발 증권주의 날이었다. 이날 증권업종지수는 7.80% 급등,종합주가지수 상승률(0.16%)을 크게 웃돌았다. 전체 33개 증권주(우선주 포함)가 모두 올랐으며,10% 이상 뛴 종목도 10개에 달했다. 삼성증권이 11.46% 급등한 것을 비롯 대우(14.07%) 현대(10.06%) 대신(6.35%) 등 대형사들이 강세 분위기를 주도했다. 거래도 폭증했다. 증권주 거래량은 1억8백38만주로 전날(1천2백55만주)의 9배,거래대금은 4천4백46억원으로 전날(4백27억원)의 10배였다. ◆심리는 개선,실적 반영은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 방안에 그동안 증권사들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손현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은행산업 중심에서 증권산업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이 미국식 투자은행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데다 신탁업 퇴직연금 등 신규 사업에 진출,수익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점도 호재로 분석됐다. 하지만 규제 완화 효과가 실제 증권사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철호 동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에 대한 신뢰 회복과 신규 영역에서의 경쟁력 확보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당장 수익성 개선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장효선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증권사 수입 중 위탁매매 비중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거래대금 증가 없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신중론을 폈다. 외국인도 이날 폭등을 틈타 증권주를 4백47억원 순매도,이 같은 시각을 부채질했다. ◆중소형사보다 대형사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로 중소형사보다는 대형 증권사가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손 연구원은 "신탁업무의 경우 광범위한 지점망이 필요하며 파생상품도 고도의 상품 설계 능력과 함께 위험 회피를 위한 대규모 자기자본이 필요하다"며 "대형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소형사에서는 이번 정부 방안에 대해 불안감이 적지 않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은 대형 투자은행 육성이 핵심"이라며 "대형화나 전문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