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증권산업 규제완화 방안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증권사의 신탁업 겸영을 허용해준 것을 기대밖의 '선물'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산업을 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방식을 현재의 포지티브시스템에서 네거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보다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협회는 16일 "정부가 업계 요구사항의 90%가량을 들어준 것으로 판단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정수 증권산업지원부장은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된 건의사항은 대부분 받아들여졌다"며 "당초 영업대상 유가증권의 범위 확대 정도만 기대했는데 신탁업 겸영 허용이란 예상 외의 선물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협회측은 신탁업 겸영 허용으로 내년 말 도입되는 기업연금 시장에서 은행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증권사의 업무영역 다양화가 특화 및 전문화,차별화로 이어져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선물업 및 자산운용업 겸영 허용 건의는 수용되지 않았지만 통합거래소 출범과 통합금융법 도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긍정적 평가와 함께 법이 명시된 금지사항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시스템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업계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면서 "하지만 네거티브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숙원인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포괄주문 허용과 은행보다 더 많이 물고 있는 예금(예탁금)보험료 인하 건의가 수용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제시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과 비과세 증권상품 상설화 문제에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