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검사작성 조서의 서명날인이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면 법정에서의 부인에도 불구, 범행이 자백되어 있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왔던 기존의 판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변경으로 인해 더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16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한 주모씨 등 보험사기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사건 상고심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의 신문조서에 서명.무인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됐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대법원의 견해는 변경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검사가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기일에서 형식적 진정 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 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처럼 해석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례변경으로 인해 앞으로 피고인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더라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더이상 신문조서는 증거로서의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데 주력해왔던 검찰의 수사관행은 바뀔수 밖에 없게 됐다. 이에대해 검찰은 "이번 판례변경에도 불구, 형사소송법 제 312조에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인정되면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피의자들이 수사과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도록 장려하고 조사과정의 녹음.녹화를 확대하는 등조사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례변경을 불러온 이번 사건은 피고인 주씨 등이 병원장 최모씨와 공모해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장애가 발생한 것처럼 속여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냈다는 보험사기 사건이다. 1, 2심 법원에서는 주씨와 병원장 최씨 등이 법정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했는데도 검찰 조사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인정했던 최씨의 신문조서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의 진술조서 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