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들어 강력한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걸고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규제가 이전과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된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참여정부 출범이후 발표된 규제개혁 과제 상당수가 후속조치가 없거나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220개사와 규제전문가 23명를 대상으로 조사해15일 발표한 '2004년도 규제개혁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 사이에서 규제가 '이전과 차이가 없다'(79.1%) 또는 '오히려 증가했다'(14.1%)는 부정적 응답이93.2%에 달했다. 또 올해 추진된 규제개혁 정책의 성과에 대해서도 75.9%가 '미흡하다'고 평가했으며 '후퇴했다'는 응답도 15.0%나 됐다. 전문가들은 78.3%가 '이전과 차이가 없거나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서도 '미흡하다'와 '후퇴했다'는 응답이 각각 65.2%, 21.8% 등으로 기업들보다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이같은 결과는 규제건수가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다 규제완화 발표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공정거래법과 주택법 개정 등으로 핵심규제가 신설, 강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실제로 건설교통부 등 7개 주요 경제부처의 규제건수는 3천342건으로 작년 말보다 38건 줄었지만 규제통폐합, 법률이동 등 집계상의 변동요인을 제거하면 신설 33건, 폐지 15건 등으로 18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이후 개선을 약속한 주요 개혁과제 19건 중 13건은 이행이당초 발표된 일정보다 지연되거나 아예 후속조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발표된 1만㎡ 미만 기존공장 증설 허용은 7월 입법예고후 아직까지 관련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있으며, 자산 70억원 이상 외감법인의 기업어음 발행허용, 근골격계 질환 치료기간 명시 등은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않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5월 여야 대표회담에서 합의된 국회 규제개혁특위는 활동시한 만료를목전에 둔 지난 달 19일 첫 회의를 개최하는데 그쳤다. 한편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와 관련해서는 기업애로해소센터 설치(3월), 규제개혁기획단 출범(8월) 등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높다'는 응답이 43.7%로 '비슷하다'(33.6%), '부족하다'(22.7%)는 의견보다 높게 나왔다. 규제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은 '규제총량제'(44.5%), 규제전문가들은 '규제영향평가제도'(60.0%)를 각각 1순위로 꼽았다. 대한상의 경제규제개혁추진팀 이경상 팀장은 "정부의 강한 규제개혁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규제개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각종 경제, 사회문제가 터질 때마다 규제부터 도입하는 관행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규제 대신 시장에 의한 자율감시기능을 강화하는데 규제개혁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특히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혁과제는 정부의 약속을 믿은 기업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신속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