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의 M&A(인수·합병)를 통한 우회 등록이 기업공개(IPO) 건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이 약화될 뿐 아니라 한계기업의 머니게임으로 시장이 더욱 부실해 질 수 있다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12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장외업체가 등록기업 지분을 인수하거나 장외업체 대표가 등록기업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업체는 53개사로 집계됐다. 반면 공모 절차를 거쳐 등록된 기업은 4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뒷문입장'이 신규 기업공개 건수를 추월하기는 1996년 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의 기업공개는 해마다 감소해 2001년 1백66개에서 2002년 1백22개,지난해에는 70개로 격감했었다. 전문가들은 △우량 장외기업의 공모 기피 △코스닥기업 매물 급증 △주가 침체로 인한 인수가격 하락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모빌링크의 경우 지난 5월 등록 심사에서 기각된 이후 불과 4개월여만에 삼일인포마인을 인수하며 우회 등록에 성공했다. 세안아이티의 경영권을 인수한 솔트론이나 엠피오로 이름을 바꾼 디지털웨이,모티스로 변경한 엠텍·희성엔지니어링 등은 장외 우량업체의 우회등록 사례로 꼽힌다. M&A 전문업체인 ACPT의 남강욱 부사장은 "현재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거나 매각이 추진되는 기업은 60∼70여개에 이른다"며 "코스닥 진입이 어려운 기업들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10억원 안팎만 투자하면 등록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회 등록이 코스닥 진입창구로 부각되면서 등록 심사가 상대적으로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 등록심사부 관계자는 "우회 등록을 통한 한계 기업의 진입을 막기 위해 법인관리제도의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