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선을 이루는 금강 하구언에는 해마다 겨울이면 수십만마리의 철새들이 몰려든다. 특히 이 곳에는 전세계 개체 수의 97%에 달하는 30여만마리의 가창오리가 몰려 장관을 이룬다. '우우웅… 우우웅….' 땅거미가 내릴 때 쯤 하늘을 까맣게 덮으며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의 날개 소리는 일순간에 보는 이를 압도한다. 메뚜기떼의 습격이나 초대형 환풍기가 돌아가는 음향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비행은 때론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가창오리는 원래 매우 겁이 많은 새다. 그래서 낮 동안은 강 중심부에 머물며 항상 주변을 경계한다. 무리의 바깥 쪽에 앉게 된 가창오리는 틈만 나면 안쪽으로 파고들 정도로 소심한(?) 편이다. 그래서 이들은 어둠이 몰려와야만 먹이를 찾아 이동을 시작한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꼭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때문에 가창오리의 군무는 춤이 아니라 저녁식사의 사전 절차인 셈이다. 금강 하구에는 포인트마다 다른 철새가 관측된다. 금강 하구둑 아래 바닷물에는 큰기러기,쇠기러기,고방오리 등이 찾아온다. 민물지역인 하구둑 위에는 붉은부리갈매기,댕기물떼새,괭이갈매기가 머문다. 또 모래톱이 형성된 금강대교 인근에서는 개리,큰고니,물총새,종다리 등이 보인다. 와초리에서는 가창오리를 볼 수 있으며 검은머리물떼새는 장항 앞바다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작은 섬 유부도에 몰려있다. 탐조는 새들의 습성을 미리 알고 준비하면 더욱 재미있다. 옷차림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갈색 복장을 택하는 것이 좋다. 새는 후각에 예민하므로 냄새가 많이 나는 화장품이나 향수는 삼가야 한다. 철새가 찾아오는 지역의 특징이나 주요 조류의 모습과 습성 등에 대해 미리 알고 가면 재미가 더해진다. 서천=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 여행수첩 > 서해안 고속도로서천IC에서 빠져나와 마서면 도삼리 방향으로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금강철새탐조대에 도달한다. 서울톨게이트에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서천군은 내년 2월까지 철새탐조투어 버스를 운행한다. 금강하구둑을 지나 군산 쪽 경계선에 자리잡고 있는 유성가든(063-453-6670)에서는 맛있고 아양한 꽃게요리를 즐길 수 있다. 군산의 리츠프라자호텔(1588-4681)이 일대에서 시설이 제일 좋다.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 950-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