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가 1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1954년 36명의 회계사가 참여,설립된 공인회계사회(당시 한국계리사회)는 현재 7천8백명의 회계사와 76개 회계법인을 대표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SK글로벌 사태 등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으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데다 내년부터 증권집단소송제가 시행되면 자칫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서태식 공인회계사회 회장(66)을 만나 회계업계의 향후 과제와 나아갈 방향 등을 들어봤다. 서 회장은 1971년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을 설립해 30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뒤 올 6월부터 임기 2년의 공인회계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과거의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집단소송제는 과거의 잘못을 캐기 보다는 앞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뜻에서 도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분식회계는 불문에 부치는 게 옳다. 정부 일각에선 3∼5년 정도 유예기간을 준 뒤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과거 분식을 짧은 기간 내 모두 털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대응책은 없는가. "우리보다 먼저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미국에서도 소송 남발은 이미 사회문제화됐다. 따라서 집단소송 제기 요건을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되거나 형사 소추된 사건으로 제한하고 입증 책임도 원고가 부담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때도 주모자와 단순 가담자를 구분해 손해배상금을 각각 달리 부과해야 한다." -내년부터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CEO(최고경영자) 인증이 의무화되고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도 감사대상이 된다. 기업의 부담이 크지 않겠는가. "국제적 기준에 비춰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회계법인도 회사가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분식회계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CEO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재무제표에 서명하고 기업 내부에 별도의 통제시스템을 두는 것은 '조직적 내부공모'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2006년부터 기업은 6년마다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한다.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관계를 끊겠다는 취지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회계법인끼리 외부감사를 맡기 위해 덤핑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감사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미국 영국 등 회계 선진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계업계 안팎에서 일부 법인들의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회계법인은 대형화되면 될수록 유리하다. 하나-안진회계법인이 합병에 합의하고 영화-안건회계법인간 합병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용석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