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4일째 '팔자' 행진을 계속하면서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이 1조4천억원을 넘어섰다. 당초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과 대만 시장의 MSCI(모건스탠리지수) 비중확대가 끝나면 순매수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과는 달리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계속되고있다. 9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IT(정보기술) 화학 철강 금융업종 등을 중심으로 4천4백5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매도세가 IT주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탈 원인이 뭔지,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매도 공세가 이어진다면 매물이 얼마나 더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한국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대규모 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IT업황 둔화에다 통화가치 절상 리스크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추가로 매도할 수 있는 규모는 최대 2조2천억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오 연구위원은 "지난 99년 이후 발생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02년 초 글로벌 경기 하강 때 5조5천억원어치를 매도했던 때가 지금과 환경이 가장 비슷하다"며 "그러나 현재는 글로벌 경기 여건이 당시만큼 암울하지 않고 대표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해있는 만큼 외국인의 총매도 규모는 대략 5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는 "지난 9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2조8천억원 정도를 매도한 만큼 최대 추가 매도 규모는 2조2천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의 최근 매도 강도와 추가 매도 예상 규모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최소한 2∼3개월은 매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곧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최근의 외국인 매도를 본격적인 차익 실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한국 관련 펀드 흐름을 분석하면 자금의 이탈보다는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10월 이후 각각 2백84억달러와 47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