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의 소재업체인 창성 배창환 회장은 지난달 중순 흐뭇한 하루를 보냈다.


신입사원 면접에 구직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왔기 때문이다.


10여명을 뽑는데 1천5백여명이 찾아온 것.


배 회장은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세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역량이 커지면서 인재들이 제발로 찾아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5년 만이다.


창성은 2백70여명의 종업원이 있으며 올 매출 목표는 6백50억원이다.


경북 구미시 소재 A사.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현장라인에서 조립과 검수 등을 담당할 직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양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 모 사장은 "신제품 양산에 앞서 인력을 구했으나 허사였다"며 "내가 보기엔 취업난이란 말은 난센스"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종업원 38명이 올해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목표가 흐려지고 있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은 예외겠지만 대다소 중소기업에게 인력확보 문제는 늘 고민거리다.


태생적인 약점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 사장 스스로가 보는 구인난의 원인을 보면 이런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 사장들은 △상대적 저임금(41.1%) △지방근무 기피(40.5%) △대기업 선호(29.6%) △왜곡된 인식(29.3%) △열악한 작업환경(28.7%) △잦은 이직(20.6%) 등이 신규 인력을 뽑는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앞의 사례처럼 기업 규모와 내용에 따라 고민의 정도는 분명 다르다.


우선 업무분야에 따라 인력난을 체감하는 게 다르다.


지난 6월말 현재 중소기업의 생산직 인력부족률은 7.2%로 2003년말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실질적인 수요가 가장 많은 생산직 인력부족률을 기업 규모별로 보면 5∼19명이하 13.0%,20∼49명이하 7.6%,50∼99명이하 4.6%,1백∼2백99명이하 5.1%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낮은 임금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과 중소기업에 대한 편향된 인식,과도한 대기업 선호 등이 중소기업을 인력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S대학 기계공학과 졸업반 이모씨(26)는 "어차피 다니다가 그만둘 중소기업에는 아예 입사원서를 내지 않고 있다"며 "설사 입사하더라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대기업으로 옮기기 위한 임시 거처 일뿐"이라고 말한다.


그릇된 대학지상주의 교육도 문제다.


송규섭 에이펙 사장은 "고졸 출신으로 입사해 잘 다니다가 대학에 들어간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있다"며 "올바른 직업관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친인척 중심의 경영을 하는 것이 입사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장 임원 등 핵심직책을 친인척이 맡고 있어 능력에 따른 승진 기회를 찾기가 힘들다는 근로자들의 뼈아픈 지적을 중소기업인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