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외주 제작업체인 부민통신(주)의 이문희 사장(53)은 세 곳의 골프장에서 클럽챔피언만 다섯 차례를 했다. 라운드를 할때마다 '이븐파' 안팎의 스코어를 기록하던 이 사장은 올해 초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져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사업을 하면서 짬을 내 골프를 했지요.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병원에 누워 있자니 앞이 캄캄하더군요." 그나마 병세가 빠르게 호전돼 퇴원한 후 라운드를 했다. 스코어는 90타대. 지난 85년 골프에 입문한 뒤 2년만에 70타대에 진입한 이후 기록한 최악의 스코어였다. 그러나 다음 라운드에서도 이 사장은 90타대,그 다음도 90타대 스코어를 벗어나지 못했다. "쇼트게임이 전혀 되지 않더군요. 퍼팅도 안 되고….세상사가 재미 없더라고요."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연습장을 찾았다. 라운드 전과 후에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었다. 연습은 효과를 나타냈고 요즘엔 전성기보다 더 좋은 스코어를 내고 있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하지요. 퍼팅도 들어간다고 생각해야 들어가지 넣기 어렵겠다고 생각하면 안 들어가잖아요?" 그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감(感)'을 꼽았다. 골프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을 통해 스윙이 안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얼마나 골프에 대한 감각이 있느냐에 따라 실력이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골프 감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뜻하느냐고 되물었더니 그는 코스나 컨디션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그에 맞춰 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은 빠른데 평소 연습하던 스트로크로 치면 전부 홀을 지나치게 됩니다. 다양한 상황과 변수에 적응할 줄 아는 것이 감각이지요." 그는 또 "골프 잘 치는 사람을 보면 역시 연습을 꾸준히 하더라고요. 그만큼 시간과 돈,노력을 투자하는 거지요. 이런 자세가 없이는 골프를 잘 칠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입문 후 3∼4년간 하루 두세번씩 연습장을 찾아가 2천개씩 볼을 쳤던 '연습광'이었다. 그는 스윙을 잘못 배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단 교정이 가능한 나이인가를 보고 교정한다면 노력할 수 있는지를 감안한 뒤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사장은 라운드가 있는 날은 적어도 1시간30분 전 코스에 도착해 연습하고 그린을 점검한다. 그는 "라운드 후에도 바로 목욕탕으로 가지 말고 근처 연습장에서 문제가 있는 샷을 점검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