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자매지 '닛케이 비즈테크'는 삼성의 인재경영에 대한 특집을 게재했다. 이 잡지는 삼성이 글로벌 인재경영 확대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삼성이 (인재경영을 통해) 앞으로도 해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제쳐나가는 '역전의 방정식'을 계속 구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글로벌 경쟁의 첨병으로 확보·육성하고 있는 핵심 인재는 전체 인력의 3~5% 정도다. 핵심 인력을 선정하는 기준과 대상자,급여와 대우 등은 인사 기밀로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급 대우를 받는다는 S(Super)급,주력 사업의 핵심 추진 인력으로 분류되는 A(Ace)급,미래 S급 인력으로 양성 가능한 H(High Potential)급 등으로 분류된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삼성이 이들 핵심 인재를 얻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당장 이건희 회장부터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에 스카우트된 S급 인재의 경우 이 회장과의 첫 면담을 앞두고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당부를 받는다. 길어야 두 시간이면 끝날 것으로 지레짐작했다가 낭패를 본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S급 인재를 불러 식사를 곁들여 거의 하루종일 면접을 본다는 것이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의 전언이다. 그룹의 핵심 사업을 이끌고갈 사람인 만큼 업무 역량뿐만 아니라 사람 됨됨이를 관찰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핵심 인재를 영입하는 데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삼성 본관 25층에 자리잡은 그의 방에는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한 사람의 특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과거 중국 후한 말 유비가 제갈량을 상대로 삼고초려했던 것처럼 성심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상무는 최근 그룹 내 상위 20% 내에 드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장차 S급 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핵심 인재를 얼마나 확보했느냐 여부로 연말 인사평가를 받는 주요 계열사 CEO들 역시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현지로 날아가 당사자를 직접 설득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의 경우 해외출장 길에 거의 매번 영입대상자를 만나고 있다. 이 같은 방침 때문에 삼성전자 내에는 윤종용 부회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 등의 인력이 10명 이상 포진하고 있다. 윤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사내 등기이사 평균 연봉이 50억원 안팎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술 분야의 핵심인력들이 받는 대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조(兆) 단위의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부의 핵심 인력에겐 1백억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