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차원에서는 물론 국가.사회적으로 체계적인 경제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와 연구기관,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개설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제 교육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조기 경제교육이 어린이들에게 "땀과 돈의 가치"를 알게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제공해 날로 복잡해지는 경제 현상과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장경제 전반에 대한 조기 교육은 시장지향형 사회구성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육성하는 방법인 만큼 국가경제적으로도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부족으로 '기업의욕 상실' '신용불량자 급증'과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박형준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처럼 어릴적부터 시장의 엄정한 상벌(보상과 대가)에 대해 제대로 배워야 사회인이 된 후에도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합리적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시스템의 효율적이고 건전한 작동을 보장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인식되는 돈의 가치 "학원에서 마련한 경제교실 수업을 받으면서 돈벌기가 무척 힘들다는 걸 깨달았어요. 친구들끼리 만두를 직접 만들어 학원 주변 가게의 아주머니들께 파는 과정이 있었는데,판매가 신통치 않았거든요. 그 뒤로는 용돈을 받으면 절반 이상은 꼭 저금통에 넣어요." 이재호군(대구 시지초등학교 4년)은 지난 8월 대구 영재심화교육원이 개최한 '어린이 경제교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이처럼 생활습관이 크게 변했다. "예쁘지 않은 만두는 가격을 내렸는데도 잘 팔리지 않았다"는 이군은 "돈버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한 뒤 용돈을 쓸 때마다 꼭 필요한 지출인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조민희 원장은 "경제동화 읽기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경로로 현실 경제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용돈 관리에 신중해졌다며 반가워했다"고 소개했다. ◆한층 넓어진 생각의 폭 기본적으로 경제 교육은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수없이 많은 결정의 기로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과정인 만큼 어린이의 사고력 함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조민희 원장은 "종전까지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장래에 뭐가 되고 싶다고 목표만 얘기하던 아이들이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거친 뒤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생각이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응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소장은 "어릴적부터 경제교육을 실시하는 게 좋은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경제교육을 받은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자연스레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돈만 아는 교육은 금물 개개인의 삶을 둘러싼 경제 현상이 날로 복잡해지면서 어릴 때부터 신용관리나 재산증식 등은 물론 정부·기업·가계 등 각 경제 주체의 역할과 기능을 배우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 경제적·사회적으로 곤란을 겪을 개연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릴 때부터 경제마인드를 교육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땀의 가치를 가르치기보다 부자가 되는 법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