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아 여행갔다..삶을 안고 돌아왔다 .. '사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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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뒷골목에 텐트를 치고 그림을 그리면서 도둑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청년….그는 폐허와 고양이 사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미술적 재능도 더 잘 발휘할 것 같았다.
나 역시 무의식을 살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다 마음 내키는 데서 뚝 끊긴 뉴질랜드 해변의 다리.욕망의 지형도 같기도 하고 생에 대한 은유 같기도 한 그것은 또한 회피 방어심리를 드러내는 표상 같기도 했다.'
몇년 전 마흔 고개에 집을 팔아 여행에 나섰던 소설가 김형경씨가 심리·여행에세이 '사람 풍경'(아침바다)을 내놨다.
그냥 여행기가 아니다.
고대 로마의 흔적을 따라가는 길에 느낀 시간 착시현상부터 피렌체와 밀라노,파리와 니스,베이징을 거쳐 적도 아래의 뉴칼레도니아까지 여러 도시와 항구를 돌아다니며 체득한 성찰의 기록이다.
그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 감춰진 '마음'을 짚어가며 문학과 정신분석 사이의 이랑을 파헤친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발견한 에로스의 미학은 그가 나중 장편소설 '성에'를 쓸 때 여성의 주체성을 투영하는 데 도움을 줬다.
로댕 박물관 한쪽에 마련된 카미유 클로델 전시실에서 그녀가 고민하는 모습도 '삶과 예술에 관한 모든 의문들이 나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구나'라는 성찰로 이어진다.
작가가 바라보는 '사람'이나 '풍경'에는 저물녘의 노곤함이 배어 있지만 그 신산한 삶의 명암을 동시에 비추는 시선은 밝고 따뜻하다.
3백8쪽,1만1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