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에쓰오일 지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아람코는 특히 최근 석유화학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롯데그룹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아람코측에서 에쓰오일 지분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해왔다"고 3일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제안 자체에 무리가 있어) 아람코와 협상을 벌이지 않고 제안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에쓰오일 주가가 너무 높아 경제성을 따질 때 투자가치가 없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아람코 왜 지분 매각하려고 하나 아람코사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로 하루 8백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업체다. 쌍용그룹과 공동으로 옛 쌍용정유(현 에쓰오일)를 설립한 아람코는 쌍용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지난 97년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35.8%의 전량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쌍용그룹 채권단은 쌍용양회가 보유한 28.4%의 쌍용정유 지분을 SK㈜측에 매각하려고 했으며 아람코측도 함께 보유지분을 팔려고 했다. 그러나 협상은 에쓰오일 현 경영진의 반대와 가격차이로 무산됐다. 아람코는 당시 SK㈜와의 지분매각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원유를 장기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원유판매처만 확보된다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아람코가 지분매각을 추진한 것도 원유공급권만 유지한다면 굳이 에쓰오일 최대주주로 있어야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쓰오일이 정유업 호황으로 올해 1조원 규모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분 매각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람코 왜 롯데에 제안했나 아람코가 롯데그룹에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은 롯데가 최근 석유화학부문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주력업체인 호남석유화학이 지난해 현대석유화학 2단지(롯데 대산유화)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 KP케미칼도 사들이는 등 최근 석유화학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 회장도 평소 "석유화학 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완벽한 수직계열화와 함께 덩치를 키워야 한다"며 사업 확대를 독려해왔고 신동빈 부회장도 올해 호남석유화학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석유화학 부문 덩치키우기에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아람코가 롯데를 주목한 것은 롯데가 정유업체인 에쓰오일을 인수할 경우 정유에서 석유화학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는 만큼 제값에 지분을 팔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 'No?' 연간 1백30만t의 나프타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현대석유화학 인수로 나프타 수요량이 3백만t을 넘어서 안정적인 원료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원자재 파동으로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정유업 진출도 필요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측은 아람코측의 제안에 대해 곧바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람코측이 지분매각 추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어 제안 조차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