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미래에셋 투자전략팀장 > 최근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증시는 상대적으로 횡보하고 있다. 이는 이들 증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IT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증시는 크게 봐서 "미국을 팔고 중국을 사자"는 흐름이 진행 중이다. 이같은 흐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미국 주식형 펀드자금 중 미국 이외의 지역에 배분된 자금은 무려 47%에 달한다. 이머징마켓 펀드 등에도 적지 않게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이는 작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비미국지역 배분 비율인 26%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10월 중순 이후 세계 증시는 동반 상승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금의 내면 흐름은 '탈 미국'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자금의 방향은 환율 절상 속도가 동아시아보다 빠르고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유럽 쪽으로 집중되는 느낌이 있다. 따라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와 기업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답보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거나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될 경우 동아시아 3국 증시는 다시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현재 미국 투자자들의 대외 주식투자 비중은 10%선에 불과하다. 이러한 '탈 미국' 자금은 이머징 마켓 저평가 해소의 핵심 엔진이다. 시장을 긴 호흡에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