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탯줄혈액(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척수에 이식해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줄기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하는 사례가 일부 외국에서 보고된 적은 있으나 척수마비 환자를 치료한 것은 이번 사례가 세계 최초다. 조선대 송창훈 산부인과 교수,서울대 수의대 강경선 교수 및 서울탯줄은행 한훈 박사팀은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월 탯줄혈액에서 분리해낸 성체 줄기세포를 척수장애 환자 황미순씨(37)의 척수에 이식한 결과 40일 만에 허벅지까지 운동신경이 재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술받은 황씨는 1985년 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척추가 골절돼 19년간 하반신의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왔다. 연구팀은 황씨의 치료를 위해 조직적합성(HLA)이 일치하는 냉동 제대혈에서 다분화능(multipotent) 줄기세포를 분리한 뒤 이를 지난 10월12일 황씨의 척수에 주입했다. 이에 앞서 연구팀은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황씨에 대한 임상실험 허가를 받았다. 황씨는 척수에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뒤 일주일 만에 배꼽 아래의 감각이 되살아났으며 2주 후에는 엉덩이를 움직일 정도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황씨가 현재 왼쪽 다리는 발목까지,오른쪽 다리는 무릎까지 감각이 살아났으며 운동신경이 허벅지까지 살아나 보조기구를 이용해 걸을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외국에서는 큰 규모의 탯줄은행이 적고 탯줄혈액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미약해 그 동안 임상에 대한 성과가 없었던 것 같다"며 "현재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이용한 간경변 당뇨병 고혈압 등의 치료도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