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에서 피겨스케이트를 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데 기대하지 않았던 은메달까지 따 너무 기쁩니다." 24일 제47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별선수권대회 최종일 경기가 열린 태릉실내빙상장. 여자대학부에 출전, D조 2위에 오른 이정선(21.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은 은메달과 상장을 받고 기쁨의 감격을 가누지 못했다. 일반 대학생이면서도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3점을 얻어 피겨스케이팅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를 제치고 뜻밖에 2위로 입상했기 때문. 서울 월천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이 피겨를 배우는 모습에 빠져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이정선은 세계적인 피겨 선수 꿈을 키웠지만 6학년 때 왼쪽 발목을 다쳐 잠깐 쉰다고 한 게 선수 생활을 접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후 공부에 전념했고 책과 씨름하느라 그렇게 좋아하던 피겨스케이팅을잊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피겨를 하면서 자기와의 힘든 싸움을 이겨냈고 강한 집중력을 가졌기에 공부도누구에게 뒤지지 않았고 명덕외국어고(독일어과)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에 당당히합격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바쁜 학사 일정에 치여 지내면서도 만능 스포츠우먼답게 수영과 테니스, 헬스를 해봤지만 성에 차지 않았고 빙판 위를 미끄러지며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피겨의 매력을 잊지 못해 지난 3월 스케이트화를 다시 신었다. 이 때부터 낮에는 학교 수업을 받고 저녁에는 `코리아팀'에 소속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방상아 코치의 지도로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훈련한 뒤 밤 12시까지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등 학업과 피겨를 병행하는 강행군이 계속됐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수업료는 장학금을 받아 해결했고 과외와 서점.레스토랑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으로 피겨 강습비를 충당했다. 피겨를 다시 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피곤함을 떨칠 수 있었고 누구보다 열심히얼음을 지쳐 8개월여의 짧은 훈련 끝에 전국대회 2위에 입상할 수 있었던 것. 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대안교육'에 뛰어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한 가지 피겨 기술을 습득하려고 1천번 쓰러져도 1천1번째 성공할 때 느끼는 성취감과 나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피겨의 매력이다. 항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모님, 동생과 기쁨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