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쇼크] 선문답 '오즈의 마법사' 환율문제 이례적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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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답으로 유명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직설적으로 화법을 바꿔 그 배경이 주목된다.
알 듯 모를 듯한 절묘한 화법으로 발언 때마다 구구절절한 해석을 낳게 했던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환율문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1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금융인회의에서 "미국의 급증하는 경상적자로 어느 시점이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표시 자산에 흥미를 잃게 되고,주식과 채권을 매각하게 됨으로써 이들 가격의 폭락과 이자율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적되고 있는 경상적자로 달러가치가 불가피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한술 더떠 "(외국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은 효과가 없다"고까지 강조했다.
이와 관련,CSFB의 외환분석가 라라 람은 "쇼킹한 것은 그린스펀이 환율문제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라며 "달러문제는 재무부 소관이고 그린스펀은 달러 대변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달러약세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경상적자가 결국 약달러로 귀착될 수밖에 없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경상수지 적자 자체가 문제일 것은 없으나 적자가 누적될 경우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이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현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감안할 때 달러자산에 대한 식욕은 어느 시점에선가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이를 '약달러 지속 불가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고 지난 주말 달러가치는 급락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나 언제,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수준의 달러가치에서 그렇게 될지는 유감스럽게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동안 수차례 미국의 경상적자에 대해 언급했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달러가치 하락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 적은 드물다.
시장이 그린스런 의장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그의 말을 FRB가 달러약세를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외환전문가들은 그동안 선문답 화법으로 FRB의 정책을 언급,금융시장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와 '오즈의 마법사'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린스펀 의장의 이날 발언을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직접 소관이 아닌 환율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환율예측은 '동전던지기'(coin toss)의 예상확률과 같다"고 토로하는 등 환율전망이 쉽지 않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린스펀의 이런 발언조차도 '달러약세 용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일각에서는 달러약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오는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RB가 예상과는 달리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또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고조되고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그린스펀의 의장도 한몫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