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떨떠름한 차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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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으로 업계가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특소세 인하는 경기악화 때마다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는 단골 메뉴.
당연히 '일제히 환영한다'고 해야 할 업체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초 특소세 환원을 전제로 강력하게 내건 연말 판촉 드라이브가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
한 자동차 회사의 영업사원은 "특소세가 환원되기 전에 차를 사려는 고객들이 다시 지갑을 닫게 생겼는데 무슨 소리냐"며 하소연했다.
그는 "어렵게 계약을 성사시킨 손님이 당장 계약을 미루겠다는 전화를 해왔다"며 "내수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꼴"이라고 흥분했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도 "우리로선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하지만 한창 차 판매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발언의 적절한 타이밍이 아쉽다"고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이달 중순까지 자동차 메이커의 내수판매는 업체별로 적게는 20%,많게는 40%까지 전달보다 판매가 늘었다.
차값의 1∼2%에 이르는 특소세 인하 혜택이 연말에 끝난다는 점을 미끼로 대기수요를 끌어들인 뒤 대규모 할인공세를 퍼부은 결과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말 한 마디로 각 업체들은 연말까지 40일이나 남은 기간의 판매전략을 다시 짜야할 판이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누구보다 시장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해왔다.
관료 생활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어 시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게 주위의 평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관료들에게 미세한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 무리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는 게 업계의 속내다.
이심기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