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7일부터 상임위별 계류 법안과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함에 따라, 여야간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입법'의 처리를 둘러싼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16일로 종료되면, 그동안 국정감사와 14일간의 국회 공전,순연된 의사일정 등으로 인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600여개에 달하는 안건들을놓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을 포함한 50대 입법과제 논의를 위해 한나라당을 대화의공간으로 끌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우선"을 강조하면서여야 지도부간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여당의 협상 전략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당은 당초 여야 대표.원내대표간 4자 회담을 제안했다가, 한나라당내에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수정된 방식의 회담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자 적극 환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6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간 회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며 원내대표단의 `실무협상'을 통한 입법문제 처리 원칙을 강조하고 나서, 모처럼조성될뻔 했던 대화분위기는 실종될 위기이다. 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자문위원회의에서"어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자회담을 제안했는데, 한나라당이 원내대표.정책위의장간 4자회담을 역제안했다"며 "대화제의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17대 국회가 개원된지 6개월 됐지만, 그간 여러 준비를 마치고 내일이야말로 민생법안을 본격 심사할 수 있는 첫날"이라며 "정기국회회기 만료일인 12월9일까지 20여일 남았고 예산안을 비롯해 50여개가 넘는 개혁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상임위 활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우리당은 쟁점이 4대 입법으로 좁혀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50대 법안과 함께 논의해 처리키로 방향을 잡았고, 17일이나 18일중 정책의총을 열어 상임위별 법안 처리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양당원내대표.정책위의장간 회담에 대해 "아직 (여당에서) 공식적으로 제의를 받은 적이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만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고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이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회담이 없어서 논의가안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원내대표나 원내부대표가 만나서 하면 되는 것이며, 안될 일이 회담을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7일 정책의총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언론관계법에 대한 당론을확정하기로 했으며, 국가보안법은 당내 이견이 많아 당론 결정 시점을 미뤘다. 이와 관련,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생법안 우선을 강조하겠지만, 굳이 여당이 4대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나오면 그 내용과 처리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김남권기자 mangels@yna.co.kr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