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주 동안의 영화소식과 이번 주 개봉영화 전해주기 위해 조성진기자 나왔습니다. 박스오피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상위권 영화들 전해주시죠. 기자))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주홍글씨”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습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정우성과 손예진이라는 스타배우를 앞세워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로 깊어가는 가을 우리나라 관객들을 공략했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멜로영화의 틀에 ‘알츠하이머’병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끌어왔고, 눈물을 끌어내는 다양한 장치들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인 관객들에게 좀더 흥행세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주홍글씨”는 2위로 밀려났습니다. 지난 주에는 1위를 차지했던 “주홍글씨”는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1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오랜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한석규 파워를 과시했습니다. 한석규 외에도 이은주, 성현아, 엄지원 등 3명의 여배우가 함께 출연해 어긋난 욕망의 종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3위는 “레지던트 이블 2”가 차지했습니다. 밀라 요보비치가 출연하는 “레지던트 이블 2”는 2년전 개봉했던 전편에 비해 더욱 화려해진 액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명맥을 이으면서 외국영화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멜로영화 “이프 온리”는 4위에 올라 있습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소재와 함께 꾸준한 흥행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선아, 김수로 주연의 “S 다이어리”가 5위에 올라와 있는데요, 초반보다는 관객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번 주 초에 영화제작사 아이필름에서는 140만명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코메디 영화의 강세를 이어가는 작품으로 기억될 전망입니다. 제니퍼 가너, 마크 러팔로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6위로 순위에 첫 진입했습니다. 13세 소녀가 하루 아침에 30세 여인으로 변한 후 다루어지는 독특한 에피소드를 다룬 이 영화는 그러나 관객동원 면에서는 큰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리 마샬 감독의 “프린세스 다이어리 2”는 7위로 순위가 조금 내려왔습니다. 이 영화는 전편에 이어지는 스토리로 공주의 결혼을 둘러싼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려냈습니다. 미국의 폭발적 흥행에 비해서는 한국에서의 성적은 여전히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형”은 순위가 많이 내려와 8위에 자리했습니다. 벌써 개봉한지 몇주가 지났기 때문에 그 흥행력은 좀 떨어지고 있구요,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250여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9위는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의 “비포 선셋”, 10위는 탐 크루즈 주연의 “콜래트럴”이 자리했습니다. 이 영화들은 비교적 잘 만들어진 작품들로 매니아들을 만들어 내며 막바지 관객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주 흥행성적에 대해 평가를 해 주신다면요? 기자)) 한국영화의 강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S다이어리”에 이어 “주홍글씨”가, 그리고 다시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1위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한국영화의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관객점유율 면에서도 한국영화는 외국영화들에 비해 꾸준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영화들 중 눈에 띄는 대작영화들이 좀 주춤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절적 영향이랄 수 있을지 여전히 멜로드라마들의 선전이 눈에 띄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나 “이프온리” “비포선셋” 등의 영화는 애잔한 스토리로 연인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앵커)) 다음은 영화계 소식들 좀 들어보겠습니다. 일본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인 일본영화제 소식 특집으로 준비해 오셨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메가박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입니다. 2005년은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 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것을 기념해서 열리는 제1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는 그 동안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46편의 일본영화를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는 우리가 익숙해 있던 일본이란 나라의 정형들을 깨고 일본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행사라고 주최 측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해서 오는 24일까지 열리게 되는데요, 소개되는 영화들의 면면이 특이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영화는 아직 한국에서 상영되는 것에 다소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이번에 소개되는 영화들은 일본 관객들이 한국 관객들을 위해 직접 골라준 것들입니다. 일본의 유력 영화지인 ‘키네마 준보’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본영화’를 묻는 설문을 벌여 그 결과를 참고로 해서 한일국교정상화의 해인 1965년부터 제1차 일본문화개방의 해인 1998년 사이에 만들어진 44편의 작품들을 선정했습니다. 이 영화들이 ‘사랑과 청춘: 1965 ~ 1998’이란 부제를 달고 이번에 우리 관객들에게 소개되게 됩니다. 입장료는 개막식과 폐막식은 5,000원이구요, 나머지 일반 상영작은 1,000원이니까 저렴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현장매표가 가능하구요, 메가박스 홈페이지 (www.megabox.co.kr), 영화제 홈페이지(www.j-meff.co.kr), 맥스무비(www.maxmovie.com)등에서 인터넷 예매도 가능합니다. 앵커)) 이번 주에는 어떤 영화들을 소개해 주실건가요? 기자)) 이번 주에는 아쉽게도 한국영화는 개봉작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쟁쟁한 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이 대거 개봉되어 영화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1998년 깐느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테오 앙겔로폴로스의 “영원과 하루”, 깐느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월터 살레스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의 “미치고 싶을 때”, 선댄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의 “슈퍼사이즈 미”등의 영화들이 이번 주 개봉됩니다. 이와 함께 일본영화 “쉘위댄스”를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헐리우드판 “쉘 위 댄스”, 로맨틱 코메디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 스포츠 코메디물 “피구의 제왕”등이 개봉됩니다. 이 중에서 두 편을 들고 나왔는데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와 “쉘위댄스” 두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입니다. 23살의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4개월 간의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납니다. ‘포데로사’라고 이름붙인 낡은 모터싸이클에 몸을 싣고 당찬 각오로 이들의 여행,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유일한 이동 수단인 모터싸이클이 소떼와 부딪쳐 완전히 망가지면서 여행은 점점 고난 속으로 빠져듭니다.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는 걸어서 여행을 계속합니다. 점점 퇴색되어가는 페루의 잉카유적,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몰리는 추끼까마따 광산을 거치면서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알고있던 현실과는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에 점차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의대생인 에르네스토는 여행 중 나환자촌 산빠블로에 머물면서 나병은 피부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라며,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환자들과 악수하고 가깝게 어울리기도 합니다. 금지되었던 이런 행동에 순수와 열정이 느껴지고 그의 이런 모습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감동시킵니다. 그리고 에르네스토는 스스로 변해갑니다. 이 8개월간의 여행을 거치며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의 목마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23살의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바로 훗날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추앙 받은 남미의 우상 ‘체 게바라’입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1955년 멕시코에 머무는 동안 카스트로와 사귀어 쿠바혁명에 참가했고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자 쿠바 시민이 되어 요직을 차지했던 ‘쿠바의 두뇌’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전쟁터로 달려갔습니다. 그는 볼리비아의 산악지대에서 게릴라 부대를 조직했다가, 1967년 볼리비아 산중에서 정부군에게 포위되어 부상을 당하고 사로잡힌 후에 총살당했습니다. ‘체 게바라’는 97년 이후 저항적이며 자유로운 청년 문화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처럼 영화로도 나오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배우로 유명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제작을 했고, “중앙역”으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있는 월터 살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또,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가 여행을 떠나는 두 친구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전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의 매력은 위대한 혁명가의 또 다른 인생 궤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그를 훗날 세기의 우상으로 이끈 ‘스물 세 살의 특별한 여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이전의 체 게바라를 조명하면서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가 여행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큰 공감대와 함께 인간적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향한 숭고한 의지, 그리고 빛나는 행적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희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용기를 선사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앵커)) 네, 잘 봤습니다. 다음 영화는 "쉘위댄스"입니다. 소개해 주시죠. 기자)) 일본에서 97년에 개봉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쉘위댄스”, 한국에도 개봉되어 많은 팬들을 갖고 있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헐리우드로 건너갔습니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키고의 변호사 존 클라크. 그의 삶은 완벽에 가깝습니다.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와, 성공한 변호사로서의 경력, 두 명의 사랑스러운 자녀. 그러나, 그런 그의 삶은 일면 권태롭게 무의미하기까지 합니다. 존은 어느 날 퇴근길 기차에서 우연히 미스 ‘미찌’의 댄스 스쿨에서 창 밖을 응시하고 있는 댄스 교사 폴리나를 발견하고 그 매력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전철에서 내려서 볼룸댄스 초급반에 등록합니다. 그러나 첫 레슨은 수줍음으로 시원치 않게 끝나고… 춤을 그만 둘까도 생각해보지만 자신이 댄스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게다가 스포츠 중독자인줄 알았던 직장동료 스탠리가 볼룸댄스에 미쳐있었다는 비밀도 알게 됩니다. 존은 그러나 아내 비벌리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싶어 댄스를 배운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게다가 존은 댄스 강사 폴리나에게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존은 폴리나의 각별한 권유로 시카고 최고의 댄스 경연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하고, 남편의 의심스러운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비벌리는 급기야 사립탐정에게 의뢰해 남편한테 여자가 생긴 건 아닌지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쉘 위 댄스”는 일 밖에 모르는 남자가 댄스 스쿨에서 삶에 대한 신선한 희망과 활력을 발견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는 일본 영화 원작의 내용의 틀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따분한 일상에 지친 유부남 클라크가 퇴근길 볼룸댄스 교습소 창가에 서있는 신비의 여인에게 끌리는 장면으로 시작해 캐릭터들의 상태, 춤을 통한 인물들의 갈등과 화해 등도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 출신 피터 첼섬이 감독한 이 영화에서 똑 같은 내용의 영화라도 헐리우드로 가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주연을 맡은 리차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즈, 수잔 서랜든 등 배우의 힘과 이미지는 헐리우드의 매력적인 캐릭터 그대로이고, 영화 그 자체로 일상의 느낌을 전해주던 일본판과는 달리 캐릭터의 매력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여기에다 영화는 클라크와 아내 간의 갈등과 관계 회복에 많은 비중을 둠으로써 헐리우드 영화적인 가정 속에서의 해피앤드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원작의 일상성을 헐리우드판에서 재해석해 내며 만들어 낸 이번 작품에서 원작과 무엇이 비슷하고 또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서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성진기자 scch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