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에서 중국이 "더이상 양보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로 나와 협상이 결렬될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중국측 요구를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쌀 시장을 관세부과 방식으로 전면 개방(관세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정도다. 정부는 이번주 중 주중대사관 등 외교라인을 동원하고 방한하는 중국측 고위인사와도 접촉,막판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쟁점이 좁혀질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한국요구 수용 어렵다" 정부는 지난 5월 이후 태국과 5차례,미국 중국과 각각 6차례 실무협상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의견차가 상당히 좁혀져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였다. 한국 정부는 최근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기간을 10년 연장함으로써 전면 시장개방 시점을 늦추는 대신 △외국쌀 수입물량을 현재 4%(1986∼88년 연평균 소비량)에서 7∼8% 수준으로 늘려주며 △외국쌀을 밥쌀용으로 일부 판매하는 선에서 양보,대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최종 실무협상에서 추가 양보를 거부했다. 관세화 유예기간을 10년 연장해 달라는 한국측 요구에 "5년 연장한 뒤 상황을 봐가며 5년 추가연장 여부에 대해 논의하자"며 종전 입장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가로 한국 정부가 구매해야 하는 쌀 의무수입물량(TRQ)도 최소한 국내소비량의 9%까지 늘려줄 것을 고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수준이라면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고 판단해 추가 실무협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막후교섭에 실낱 희망 정부는 쌀 협상내용을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오는 15일에서 17일로 연기했고 공청회 일정도 25일에서 30일로 미루기로 했다. 막후교섭을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쌀 협상이 무산될 경우 중국도 미국 태국 호주 등 쌀 협상에 참여해온 나머지 8개국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떨치지 못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2일 중국 상무부 고위관계자가 내한하는 것에 맞춰 타협을 한차례 더 시도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절충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허상만 농림부 장관이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최종 협상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최종담판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17일 국민대토론회에서 '관세화를 통한 전면 시장개방'을 선언할 방침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