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역상대국들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무역자유화 등 경제정책의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는 그의 재선에 안도의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등은 부시 대통령이 철강관세를 인상한다든지 농업보조금법안 등에 서명한데 대해 불만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래도 유세기간 내내 보호주의적 색채를 숨기지 않아온 존 케리 후보보다는 낫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의회에서 노조 및 환경주의자, 기타 자유무역에 적대적인 그룹에 경도되어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탈락하고 공화당이 상하양원을 장악함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내년에 도하 자유무역협상 등 국제적 협상에서 강력한 원군을 확보하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따라 민주당의 저지로 아직 의회에 이송조차 못하고 있는 중남미국가들과의 각종 무역협정들에 대한 조기비준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자유화에 대한 부시의 다짐은 올 연말을 기해 지난 수십년간 개도국에 부과해온 섬유의류제품에 대한 쿼터제를 폐지키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무 이행여부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미 섬유업계는 저가 중국산 제품의 범람을 막기 위해 쿼터제를 연장하든지 다른 방책을 강구토록 강력히 요구중이지만 부시는 유세기간중 업계요구를 수용할 뜻을 별로 내비치지 않았다. 또하나의 과제는 도하 무역협상 및 EU와의 원활한 관계설정 문제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는 그동안 파스칼 라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긴밀한 협력관계 아래 이 두 사안에 집중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곧 현직에서 물러날 예정인데다 후임자들이 이들만큼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충돌은 이제 시간문제다. 미국은 에어버스에 대한 정부보조금 문제 및 유전자변형식품류에 대한 EU 정책을 WTO에 제소해 놓은 상태고, 이에맞서 EU는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법률들을 WTO 기준에 맞춰 대거 폐지하거나 손질할 것을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미국의 무역정책은 전적으로 앞으로의 경제상황과 맞물려있는 문제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오르면 보호주의 압력이 고개를 들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서 금융시장이 부시의 재선 성공에 안도한 데 이어 미국 기업들도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내건 정책이 시행된다면 큰 고통을 겪었을 제약, 방위, 에너지업체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함에따라 친기업적인 법안 통과가 한결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