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와 정치권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양국 관계에 대해 `우려 속의 기대'를 하고 있다. 독일은 일단 지도자 부시와 주변 세력의 기독교 근본주의적 시각과 힘에 의존하는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 노선이 기본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침략 뿐아니라 기후협약, 국제형사재판소, 에이즈 대책 등에 이르기 까지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독일과 마찰할 수 밖에 없는 현안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반이라크-반부시입장을 견지, 국내적으론 여론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하고 국제적으론 미국에 맞서 독자적 목소리를 낸다는 이미지 고양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초강대국의 눈 밖에 난 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등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 강화를 추구하고 수출 의존도가 30%가 넘는 독일의 국익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독일 지도자들의 고민이 있다. 물론 독일로서는 다자주의를 포기할 수 없으며, 국내 여론과 집권당의 정치적기반 때문에 미국이 가장 원하는 이라크 파병도 할 수 없다. 슈뢰더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은 부시 재선이 확정되자 축하와 함께 미국과의 협력 지속을 다짐하면서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최악으로 냉각됐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결과 관계를 상당 부분 회복했으며, 앞으로 독-미 관계가더 나빠지지는 않고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 섞인 예상도 하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엔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 `역사에 남는 지도자'가되기 위해 국내적 통합과 국제적 협력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또 독일이 결코 이라크에 파병할 수 없음을 이미 확인한 부시 행정부가 더는 파병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물론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통한 독일과 이라크 파병 압력 등 `국제문제에 대한 분담 요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테러전 및 국제평화유지를 위한 독일의 파병 규모가 가장 많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이라크 군경 훈련과 재건 지원 폭을 늘리는등의 `성의'를 보이면 일정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시 2기의 정책과 독-미 관계 향방은 내각과 참모 구성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으며, 이란 핵문제 처리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