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번쩍 뜨인다.


아름다운 여배우의 능청맞은,능란한 변신을 지켜보는 일이 이처럼 즐거운 것이었던가.


변신을 넘어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끌어낸 2004년의 배우 염정아(32).


오는 17일 개봉하는 '여선생 vs 여제자'는 염정아라는 배우가 얼마나 큰 기쁨을줄 수 있는 지를 만천하에 증명해 보이는 영화다.


그녀는 물이 완전히 올라 스크린에서 넘실넘실 춤을 춘다.


데뷔 13년 째.


왜 이제서야?


아니다, 염정아는 "이제라도!"라며 안도한다.


화끈하고 솔직하고 시원한 염정아를 지난 3일 만났다.


마침 전날인 2일 '여선생 vs 여제자'의 첫 일반시사회 반응을 눈으로 직접 보고 온 그는 생기가 넘쳤다.



▲'여선생 vs 여제자' 히트 예감


"난리도 아니었어요. 어제 첫 일반 시사회였는데 반응이 장난 아니에요. 기자시사회 때의 반응 보다 서너 배는 강해요! 웃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웃더라니까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른 아침(여배우의 메이크 업과 치장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할 때) 시간임에도 염정아는 힘이 넘쳐 흘렀다.


전날 일반 시사회의 열광적인 반응에 놀란 '업'됐다.


때마침 '여선생 vs 여제자'의 배급사 CJ가 개봉 스크린을 전국 300개 이상으로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염정아는 표정관리에 들어가야할 판이다.


"하루 8시간이상은 무조건 자야하는데 요즘은 5시간도 못 자고 누워도 잠이 안 와요. 너무 설레요."



▲'초딩' 때 귀여움 받은 노처녀 여배우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염정아는 '학업'에 별 뜻이 없는 노처녀 초등학교 교사다.


그러다 '킹카' 미술교사가 부임해오면서 노처녀 딱지를 떼기 위해 혈안이 된다.


염정아는 이러한 캐릭터를 사이즈를 딱 조절해 맞춤 옷처럼 해 입었다.


"어유, 노처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죠. 겉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주변에 결혼한 커플 보면 주눅 들어요. 특히 나보다 어린 애들이 남편하고다정한 모습을 연출할 때. 결혼이요? 당연히 해야죠. 마음이야 7-8년 전부터 들었는걸요. 저는 결혼을 하면 더 안정된 생활 속에서 연기를 할 것 같아요."


귀여운 한숨과 함께 염정아는 현재 '짝'이 없다고 밝혔다.


올 초 연예가를 강타한 한 '민간인'과의 결혼설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 무근인데, 그 소문의 당사자 좀 한 번 찾아가서 만나보려 한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여선생' 염정아는 학생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반면 실제의 염정아는 초등학교때 무척 귀여움을 받았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가 근무하는 학교에 다닌 덕분에 선생님들이 두루 예뻐했다.


"늘 사랑을 받았어요. 선생님들이 업어주기도 하셨어요. 엄마가 보온병에 타준커피를 반마다 돌며 선생님들께 한잔씩 드리던 기억이 생생해요."


10년 전에 퇴직한 그의 어머니도 지난 1일 시사회장을 찾았다.


"엄마가 '얘, 내가 선생님을 해서 그런지 영화가 더 와 닿더라'며 너무 좋아하셨어요.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선생님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동시에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느꼈어요."



▲염정아, 도약하다


염정아는 이 영화로 확실히 도약했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화려하고 안전하게 데뷔한 후 지금껏 그는 별 욕심 없이 지내왔다.


부족할 것 없는 집안 환경과 차가운 인상과 달리 '착한' 성격이 스스로 '현상유지'에 안주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작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서늘한 기운을 강렬하게 뿜어내며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했고, 이어 올해 '범죄의 재구성'을 만나면서 '재발견'의 징후를 보였다.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카메오로 출연한 '쓰리, 몬스터'에서의 연기는 '여선생 vs 여제자'로 오는 건널목이었다.


'쓰리, 몬스터'에서 피아니스트 흡혈귀로 카메오 출연한 그는 캐릭터의 독특함과 더불어 대단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드디어 '여선생 vs 여제자'.


염정아는 만개했다.


기름지지 않고 새콤한,염정아 표 코믹 연기의 진수가 펼쳐진 것.


염정아, 그대가 이렇게 웃겼던가.


"너무 많이 달라졌죠. 데뷔 때만 해도 '대충 대충' 하는 마음이었어요. 연기에 대한 의식 자체가 지금하고는 비교가 안되죠. 그것이 조금씩 변했고, '장화,홍련'으로 결정적 전기를 맞았죠. 그 작품 하면서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사실 그때는 '적역'이라는 말이 되게 듣기 싫었는데…. 제가 봐도 무섭거든요.(웃음)"


나이는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도약에 성공했다.


스스로는 노처녀라 하지만 여배우로서는 드디어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지금이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만약 좀 더 어렸을 때 이 캐릭터를 연기했다면아마 흉내만 냈지 맛이 안 났을 것이다.

또 연기는 자신감이다.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편해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대담해지기도 했다.


"'언페이스풀' 같은 영화를 만나면 벗을 수도 있어요. 남들이 너무 기대할까봐 걱정이긴 하지만.(웃음)"


드디어 만개한 염정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의 향후 행보가 몹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