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은 고유가 추세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수준을 유지시켜 우리나라 대외 경제여건을 호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의 약(弱)달러 정책에 따른 환율절상 압력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은 약화되고 시장개방 압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발표한 `2004 미국 대선의 의미와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미국대선 결과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이같이 예측했다. 연구소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미국의 기존 정책기조 유지란 점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라크 전쟁, 대(對) 테러 정책 등으로 중동 유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승시켜 고유가 지속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작년 기준으로 원유 수입량의 79.5%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또 부시 행정부의 자유무역주의적 통상 정책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달러화 약세는 수출여건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현재 무역수지 적자 누적과 경상수지 악화 개선을 위해 약달러 정책을구사하고 있는 만큼 무역수지 적자의 37.9%(2004.1∼8)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에 외환정책 수정과 함께 환율 절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아울러 부시 대통령이 재임 초기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자국 생산기반 보호와 고용을 위해 자유무역의 틀안에서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을 보호하는 '이중적' 통상정책을 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미국이 불공정무역 관행에 대한 제재와 함께 교역 상대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고 FTA,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쌍무협정, 다자무역협상, 지역무역협정 등 다양한 통상정책 수단을 동시에 구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과 북한이 획기적 제안을 내놓고 타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미국과 주변국간 입장 차이가 커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이어 미국이 앞으로 1∼2년간 북핵 문제에 있어 기존 6자 회담을 통해외교적 접근을 지속하겠지만 집권 후반기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해법 등강경 조치를 하거나 북한내 문제에 본격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부시 행정부가 동아시아 전략상 한국의 비중을 일본과 중국에 비해 낮게 평가, 주한미군 재배치, 남북경협 등이 한.미간 이견해소 과제로 부상했고 미국도 국내의 비판적 대미 세력과 대화하는 등 직접외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내 정책의 경우 근로의욕 고취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감세 및 재정적자정책을 지속하고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친(親) 기업적 산업 정책을 유지하면서사회연금 민영화, 사립학교 학비 지원, 의료보험 제도 개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