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56
수정2006.04.02 13:00
퇴직연금제 도입과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안이 확정됐습니다.
금융권과 증권시장에 퇴직연금제 도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취재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통과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안’에 대해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지난 8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현행 퇴직금제를 보완, 노후소득 보장의 취지에 맞춘 '퇴직연금제'를 2006년 도입하기로 합의한 후, 어제 국무회의에서 최종 정부안이 확정됐습니다.
근로제 퇴직급여 보장법안
확정된 정부안은 국내 기업 회계처리 관행을 고려해 2006년 초부터 활발한 도입을 위해 내년 12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5인 이상 사업장은 퇴직금제 유지나 퇴직연금제 전환여부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퇴직연금제 전환시 반드시 노사합의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신규 적용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2008년 이후 2010년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기부터 적용하되 사업주의 부담도 현행 퇴직금의 절반 수준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퇴직연금제가 도입되면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어떤 방식으로 도입이 되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퇴직연금제 형태는 사업장의 특성과 근로자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을 함께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확정기여형-DC형
확정기여형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최근 증권과 투신업계의 대안으로 부상한 적립식 펀드형태나 보험업계에서 투자수익율에 따라 보험금 지급규모가 달라지는 변액보험 형태와 비슷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부담금이 사전 확정되고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는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제돕니다.
사용자가 임금총액의 12분의1 이상을 노사가 선정한 금융기관에 근로자 개인별 계좌에 적립하면 근로자는 금융기관이 선정, 제시하는 운용방법을 선택해 적립금을 운용하고 이에 따른 연금이나 일시금을 지급받게 됩니다.
근로자 개인 명의로 적립돼 기업 도산때에도 수급권이 100% 보장되고 직장을 옮겨도 개인퇴직계좌 즉 IRA가 연결되지만, 투자 결과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확정급여형-DB형
반면, 확정급여형은 위탁금융기관의 운용수익률과 관계없이 퇴직 후 ‘회사’가 지급해야 될 연금규모를 아예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지급형식이 매월 분할해서 나눠주는 것만 다를 뿐 현행 퇴직보험과 그 성격이 유사합니다.
근로자가 받을 연금급여가 사전에 확정되고 사용자가 적립할 금액은 적립금 운용결과에 따라 변동되는 것으로, 근로자가 받을 연금급여는 일시금 기준으로 현행 퇴직금과 같은 금액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용자는 금융기관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적립금을 근로자 명의로 적립, 최종 지급 책임을 지게 되고, 임금인상률과 운용수익률 등이 변동되는 경우에 따른 위험부담도 안게 됩니다.
퇴직연금제가 본격 도입되면, 금융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퇴직연금 시장 규모와 전망은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은행 뿐 만 아니라, 보험과 증권.투신 등 제 2금융권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퇴직보험 시장 규모
현행 퇴직보험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2조 6천억원이며, 내년에는 29조 2천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 2006년 제도 도입 직후인 2007년에는 약 36조 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2010년에는 50조 9천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규모는 전체 생명보험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45조 8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개의 또 다른 생명보험시장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보험 시장 규모
내년부터 도입되는 퇴직연금시장 조성규모는 2006년에는 7조 6천억원이며, 2007년에는 12조 9천억원, 2010년에는 28조 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퇴직보험시장 경쟁 구도
이에 따라 1차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며, 확정급여형의 경우 은행과 보험권이 경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를 들면, 정기적금이나 연금보험과 같이 확정된 이자율이나 부리비율이 제시되기에 사업주측은 리스크 회피와 완화 측면에서 선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확정기여형의 경우 증권과 투신 그리고 보험권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적립식 펀드처럼 퇴직연금에 대해 중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은행의 경우 확정급여형과 더불어 연금신탁 등을 통한 확정기여형 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S : 금융권, 퇴직연금시장 경쟁 심화)
또 2차적으로는 금융권내의 경쟁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탁기관별로 회사 규모나 재무 건전성 그리고 운용 수익률 등을 내세워 차별화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각 금융기관들은 향후 퇴직연금시장의 선점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퇴직연금시장에서의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우리가 퇴직연금제 하면 미국의 401k를 떠올리는데, 이번 퇴직연금제 도입과 관련해 벌써부터 한국판 401k에 대한 기대감이 증권과 투신업계에 높은 상탭니다. 401k와 더불어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해 주시겠습니까?
먼저 401k는 미국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의 401조 k항에 규정돼 있는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401K는 근로자가 퇴직 후 받게 될 퇴직금을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준 제돕니다.
또,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연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비롯한 각종 세제혜택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제외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을 맴도는 등 저금리에 지친 미국 사회에서 401K는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S : 미 ‘401k’ 도입 후 주식시장 호황)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제도는 주식시장을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힙니다.
지난 1981년 미국 퇴직연금을 대표하는 ‘401k’가 도입된 이후, 미 증시는 1970년대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401k를 통해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요기반이 탄탄해졌고,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2,000포인트에서 1만 포인트를 넘어설 정도로 지난 1990년대 ‘10년 증시 대호황’을 이끈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확정기여형은 투자운용에 따라 연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퇴직연금 방식입니다.
즉 미국의 401k와 흡사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확정기여형을 두고 ‘한국판 401k’ 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S : 간접투자시장 활성화 기대)
특히 증권업계는 외국인이 40%를 넘게 차지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육성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퇴직연금제도의 조속 도입을 요구하기도 한 바 있습니다.
증권과 자산운용업계는 퇴직연금제가 도입될 경우 특히 확정기여형이 확산될 경우 자산운용 등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S : 수급적 뒷받침 및 안전판 역할)
퇴직연금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권시장에 중장기적으로는 수급적인 뒷받침과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은 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S : 전체 퇴직연금시장 10~15% 예상)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확정기여형이 퇴직연금시장의 전체에서 10%에서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확정기여형이 차지한 비율은 약 20%라는게 증권업계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확정기여형이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반면 확정급여형은 25.5%에 불과합니다.
양재준기자 jjyang@wowtv.co.kr